檢, 공공기관 채용비리 수사
여성 불합격 시키려고
면접서 낮은 점수 주기도
공공기관 등의 채용 비리는 돈과 배경, 인맥이 혼합된 부패 종합선물세트였다.
가장 많은 유형은 친인척이나 국회의원 등이 특정 지원자를 뽑아달라고 요청하는 ‘지인 청탁형’이었다. 춘천지검 수사결과 최흥집(67) 전 강원랜드 사장은 2013년 1월 강원랜드 2차 교육생 채용 때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의 보좌관 박모(46)씨로부터 ‘특정 지원자 21명을 뽑아 달라’는 청탁을 받고 인사팀장 등에게 추가 합격을 지시했다. 박씨는 인사팀장이 추가 합격 처리를 거절하자 ‘두고 봅시다’라며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강원랜드에서는 채용 명목으로 뒷돈을 받는 금품 수수형 비리도 다수 적발됐다.
여성을 고의로 탈락시키는 성(性)차별형 채용비리도 검찰은 범죄로 판단했다. 원주지청에 따르면 대한석탄공사는 2014년 7월 청년인턴을 채용하면서 여성 지원자의 서류전형 점수를 일부러 낮췄다. 권혁수(68) 전 사장 등은 일부 면접위원을 통해 여성 지원자의 점수만 비상식적으로 낮게 책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다른 면접위원들이 여성 지원자에게 준 점수 평균은 지원자 중 1∼3등 수준이었다”고 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신입사원 채용에서 여성지원자 면접 점수를 고의로 낮춰 합격대상이었던 여성지원자 7명을 모두 불합격시켰다.
청탁 때문에 아예 채용 조건이나 절차를 바꿔버리는 낙하산 맞춤형 비리도 있었다.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이문종 전 총무국장과 이병삼 부원장보 등은 2015년 12월 신입사원 채용에서 특정 인원은 불분명한 세평(世評)을 근거로 불합격시키고 다른 지원자 3명을 합격시켰다. 김용환 NH농협지주회장으로부터 “한국수출입은행 간부 아들을 합격시켜 달라”는 청탁을 받고 수석부원장 모르게 채용 예정인원을 늘리고 면접 점수를 높게 부여하기도 했다. 지인 청탁형에 낙하산 맞춤형이 결합된 셈이다.
대검찰청 반부패부(검사장 김우현)는 지난 7월부터 금융감독원 강원랜드 등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채용비리를 수사, 최 전 사장 등 15명을 구속 기소하고 연루자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채용비리 피의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해 우리은행의 신입행원 채용 때 지원자 6명이 서류전형 탈락 대상이었음에도 최종 합격까지 이른 과정에 고위 임원 등의 압력이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공공성이 강한 민간 영역의 채용비리도 지속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특정인 점수 조작·전형 바꾸기도… 30명 기소
입력 2017-12-21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