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의 사이버테러 어떻게 막을 건가

입력 2017-12-20 18:51
유엔은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사이버전쟁이 될 것이라며 전쟁 발발 시 어떤 국가도 성역으로 남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세계 최대 사이버전 능력을 보유한 국가 중 하나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는 가운데 사이버 공격이 잦아지는 것은 심상치 않다. 미국 백악관과 영국 외무부가 지난 5월 전 세계 150여개국의 병원과 은행, 기업 네트워크를 마비시킨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 배후로 북한을 공식 지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 국가안보전략이 공개된 다음날 이뤄진 이번 발표는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뿐 아니라 사이버 공격에 대해서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은 지능화·고도화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사이버부대에 약 6000명의 전문 해커인력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한다. 북한 정찰총국의 사이버테러 능력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맞먹는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모의실험을 통해 북한의 사이버전 능력이 미군 태평양사령부 지휘통제소를 마비시키고 본토 전력망에 피해를 줄 정도의 수준인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은 2009년 7월 디도스 공격을 비롯, 금융기관과 방송국 해킹 등으로 수천억원의 피해를 입혔다. 국방부의 ‘작전계획 5015’와 같은 1급 군사기밀을 해킹했는가 하면 수백명의 외교·안보 관련 인사들의 스마트폰을 해킹해 문자메시지를 탈취하고 악성코드를 심어놓기도 했다. 국정원은 지난 6월의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해킹과 4월 야피존과 9월 코인이즈의 가상화폐 계좌 탈취사건도 북한 소행이란 증거를 확보해 검찰에 제공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해킹으로 170여억원 규모의 가상화폐를 도난당해 파산한 유빗도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전방위 대북제재로 오프라인 자금줄이 막히자 해킹을 통한 자금 확보에 치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이버 테러는 한순간에 국가기간망을 마비시켜 나라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핵무기에 버금가는 위협이다. 문제는 북한이 사이버 공격으로 나라를 휘젓고 있는 데도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북한의 사이버 테러와 대남 심리전에 대응하기 위해 신설됐거나 확충된 국방부 사이버부대와 국정원 대북심리전단은 ‘댓글 사건’ 이후 거의 무력화됐다. 본연의 임무와 무관하게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차단해야 하지만 북한의 사이버 테러 대비책은 있어야 한다. 사이버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사이버테러 방지법도 서둘러 법제화해야 한다. 당장 50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전 세계 국가들과의 사이버 공조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