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난 9∼12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방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가 20일 “박근혜정부 때 소원해진 UAE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 중국 국빈방문이 임박한 시기에 대통령 비서실장이 UAE와 레바논을 전격 방문한 것은 누구라도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출국 다음 날에야 그 사실을 공개하며 레바논 파병 동명부대 장병들을 위문하고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UAE 왕세제와 레바논 대통령을 예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야당과 언론에서는 이명박정부의 UAE 원전 수주 뒷거래를 들여다 보다 UAE 왕실의 격노를 샀고 국교 단절까지 거론되자 수습하러 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했지만 방문 이유를 속 시원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UAE와 원전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왕세제를 접견한 자리에 UAE 원자력공사 이사회 의장과 국가정보원 1차장이 배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원전 관련 방문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말을 바꿔가며 석연치 않은 해명만 내놓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청와대의 이런 태도는 의혹만 키울 뿐이다.
자유한국당이 이 문제를 따지겠다며 19일 운영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하자 임 실장은 18∼21일 휴가를 냈다. 국회 출석을 피하려고 하는 모양새다. ‘원전 관련 외교단절 위기 수습설’ ‘대북 비밀접촉설’ 등이 꼬리를 물고 있는데도 청와대가 계속 피하는 것은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래서는 안 된다. 야당에서는 국정조사까지 거론하고 있다. 더 방치하다가는 의혹이 확대재생산되고 불신을 키워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청와대는 이제라도 최소한 밝힐 수 있는 부분은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외교적 문제나 국익에 중대한 손실이 우려돼 밝힐 수 없다면 여야 지도부에게만이라도 비공개로 사정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피한다고 피해지고 감춘다고 감춰질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사설] 화 더 키우는 청와대의 ‘임 실장 의혹’ 해명
입력 2017-12-20 18:51 수정 2017-12-20 2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