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쇼트트랙 선수들은 소속 국가에 관계없이 노란색(또는 하늘색)의 동일한 민무늬 헬멧을 착용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헬멧에 각자의 고유번호가 부여된 노란색 헬멧 커버(왼쪽 사진)를 씌운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시리즈 등 국제대회를 보면 각국 선수들이 다양한 디자인의 헬멧(오른쪽)을 착용 중인 것을 알 수 있다. 쇼트트랙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노란색 헬멧은 왜 보이지 않는 걸까.
이는 ISU가 지난해 7월 ‘선수는 동일한 색깔의 커버를 헬멧에 쓰고 경기를 한다’는 규정을 폐기했기 때문이다. 대신 ‘각 선수의 취향을 헬멧 디자인에 반영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쇼트트랙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 알베르빌동계올림픽 이후 24년 만에 헬멧 규정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헬멧 관련 규정을 바꾼 이유는 쇼트트랙 선수들의 개성을 반영하고, 팬들에게 시각적 재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젊은 TV 시청자 층이나 쇼트트랙 인기가 낮은 국가의 관심을 유도하자는 취지도 반영됐다. 다만 헬멧의 디자인에는 종교적 또는 인종적 메시지가 담겨 있으면 안 된다는 금지 조항이 포함됐다.
이에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 시즌부터 빨간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진 태극 문양 디자인의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또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연습용 헬멧에는 포효하는 호랑이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한국뿐 아니라 타 국가들도 국기 문양을 비롯해 다양한 디자인을 헬멧에 반영하고 있다.
헬멧에 적힌 고유번호에도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성적에 관계없이 국가별로 번호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ISU는 헬멧 관련 규정을 손질하면서 직전 시즌 세계선수권 성적에 따라 번호를 부여하는 것으로 규정을 바꿨다. 한국 간판 최민정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1위를 기록해 1번을 받았고, 올해는 대회 3위에 올라 3번을 달고 뛴다. 번호만 봐도 선수들의 실력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는 셈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타임아웃] 쇼트트랙 노란색 민무늬 헬멧은 어디로?
입력 2017-12-21 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