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자코메티 이야기’] 삶의 마지막 비통함·아쉬움 담은 작가 ‘최후 걸작’

입력 2017-12-20 19:24 수정 2017-12-20 21:36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의 스포트라이트는 ‘걸어가는 사람’(1960)에 집중되고 있다.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가 남긴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조각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걸어가는 사람’이 전시된 ‘묵상의 방’은 특별전을 찾는 한국 관객들에게 상당한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객에 따라서는 ‘걸어가는 사람’보다는 이 작품을 마주했을 때 최고의 감격을 느낄 수도 있을 듯하다. 바로 ‘로타르 좌상’으로 불리는 ‘앉아있는 남자’(1965·사진)이다.

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을 찾아 미리 만나본 이 조각상은 작품이 배치돼 있는 모습부터 인상적이었다. 66㎡(약 20평) 크기의 공간에는 ‘앉아있는 남자’의 원본 석고상과 청동상이 마주 본 형태로 전시돼 있었다. 이번 전시회의 또 다른 ‘묵상의 방’이라고 명명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이었다.

이 작품이 각별한 의미를 띠는 이유는 자코메티의 유작이어서다. ‘앉아있는 남자’의 모델은 엘리 로타르. 사진작가였던 로타르는 굴곡진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1930년대에 그는 유명잡지의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상당한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2차 대전 이후 돈을 흔전만전 탕진했고 술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냈다. 자코메티는 그의 슬픔을 외면할 수 없었다. ‘앉아있는 남자’가 전시된 공간에는 이런 내용의 게시물이 붙어 있었다.

“(자코메티는) 인간이 가질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슬픔을 로타르가 가진 특유의 슬픈 시선에서 발견한 것이다. 로타르는 자코메티의 더없이 소중한 모델이었으며, 실패한 사진작가의 강렬한 슬픔이 자코메티의 최후의 걸작에 표현됨으로써 오히려 명작의 주인공이 되었다.”

전시를 주관하는 코바나컨텐츠는 “로타르 좌상은 자코메티가 삶의 마지막 비통함과 아쉬움을 담아내면서 영원히 살고 싶은 열망까지 녹여낸 역작”이라며 “자코메티의 이 작품은 그의 최후의 진술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