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지혜롭게 극복 희망”… 강경화 외교, 아베 日 총리 면담

입력 2017-12-19 21:35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9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강 장관은 아베 총리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AP뉴시스

외무장관 회담 위안부 TF 설명
고노 ‘최종적·불가역적’ 재확인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양국 간 과거사로부터 비롯되는 어려운 문제들을 긴밀한 소통을 통해 지혜롭게 극복해나가길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아베 총리를 예방해 한·일 관계 발전 의지를 담은 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주년이 되는 내년에 양국이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과 한·중·일 정상회의의 조속한 개최를 희망한다는 의사도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 메시지에 사의를 표한 뒤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이웃국가”라며 “양국 간 여러 과제를 잘 관리해나가면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고자 한다”고 답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양 정상이 동시에 언급한 ‘과제’는 위안부 문제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 관계는 오는 27일 발표될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최종 보고서 내용에 따라 한차례 출렁일 전망이다.

강 장관 직속으로 지난 7월 말 출범한 위안부 TF는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28일 타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 및 이행 과정 전반을 검토해왔다. 정부는 TF 보고서를 바탕으로 재협상 요구 등 공식 입장을 결정할 방침이다. 강 장관의 이번 방일은 보고서 발표 전 일본 측 분위기를 탐색하고, 한·일 관계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강 장관은 아베 총리에 앞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갖고 TF 관련 동향을 설명했다. 또 일본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후속 조치와 관련해 일본 측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했다. 강 장관은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다뤄나가면서 양국 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는 문재인정부의 대일 ‘투 트랙’ 기조도 거듭 강조했다.

이에 고노 외무상은 “(위안부 합의가) 착실히 이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의 위안부 TF 조사 결과에 상관없이 2015년 양국 간 위안부 합의가 ‘최종적·불가역적’이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외교부는 “두 장관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계속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안부 TF 보고서가 ‘졸속 합의’ 취지로 결론 내려질 경우 일본이 반발하면서 양국 관계가 급격히 경색될 가능성이 크다.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목표를 재확인하고, 강력한 대북 제재와 더불어 북한을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양국 장관 간 수시 연락체계 구축, 국장급 협의 정례화, 한·일 사회보장협정 개정 검토 실무 논의 진행 등에 뜻을 모았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