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야쿠자·대만 조폭, 강남 한복판서 히로뽕 거래

입력 2017-12-19 19:06 수정 2017-12-19 21:34
일본과 대만 폭력조직이 한국에서 거래하려던 8.639㎏의 히로뽕을 19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관계자가 서울 서초구 브리핑실에서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홍콩서 수납장에 숨겨 인천항으로… 4명 구속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접선
지폐 일련번호 암호 삼아
점조직 방식으로 밀거래

묵고 있던 게스트하우스서
마약 숨긴 수납장 발견

지난 10월 19일 오후 서울 지하철2호선 역삼역. 가방을 둘러멘 한 남성이 혼잡한 역사를 빠져나왔다. 출구에선 대만 폭력조직원 S씨(42)가 서성이고 있었다. 일면식이 없던 두 사람은 서로가 한패임을 확인하기 위해 1000원권 지폐를 한 장씩 꺼내 바꿔 들었다. 일련번호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읽어 내려갔다. 마약 공급조직 총책 A씨가 대만에서 위챗(중국 모바일 메신저)으로 일러준 그 알파벳과 숫자였다.

신분을 확인한 남성은 S씨에게 가방을 건네주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S씨는 미리 준비한 차로 자리를 옮겼다. 뒤이어 S씨의 차에 오른 이들은 일본 3대 폭력조직 이나가와카이 소속 재일교포 이모(59)씨와 일본인 N씨(41)였다. 세 사람이 탄 차는 인근 빌딩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S씨는 가방을 열어 이씨에게 ‘물건’을 보여줬다. 그 순간 잠복해 있던 검찰 수사관과 국가정보원 직원이 이들을 덮쳤다. 가방엔 히로뽕 8㎏이 들어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재억)는 19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마약을 대량 거래하려 한 일본 야쿠자와 대만 폭력조직원을 체포해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히로뽕 대량 거래는 은밀한 장소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만인들이 서울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 오히려 사람이 많은 곳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대만-일본이 3각으로 연결되는 히로뽕 거래가 있을 것이라는 첩보는 지난 8월 국정원이 검찰에 전달했다. 검찰은 국정원 및 서울본부세관과 공조해 한 달이 넘게 이들의 동향과 밀반입 경로를 쫓았다.

검찰은 S씨 등을 검거한 이튿날 “히로뽕 8㎏을 더 사고 싶다”며 A씨를 상대로 위장 거래를 시도했다. S씨가 붙잡힌 사실을 알지 못했던 A씨는 대만인 H씨(47)를 거래 현장에 보냈다. H씨는 지하철 홍대입구역에서 검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H씨가 묵었던 서울 영등포구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수상한 수납장을 발견했다. 이 수납장은 바닥에 은박지로 싼 히로뽕 16㎏을 숨긴 채 중국 광저우에서 홍콩과 대만을 거쳐 지난 9월 27일 인천항으로 밀반입됐다. 역삼역에서 S씨가 받은 가방 속 마약의 출처도 이 수납장이었다.

검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압수한 히로뽕은 총 8.639㎏(시가 288억원 상당)으로 약 29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A씨 조직은 최소 18㎏의 히로뽕을 한국에 밀반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S씨를 상대로 지난 9월 16일에도 1억원을 받고 히로뽕 2㎏을 이씨와 N씨에게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16㎏과 별개로 밀반입된 이 히로뽕은 국내 또는 일본에 유통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나머지 8㎏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대만 총책인 A씨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대만 사법당국에 수사 공조도 요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제 마약공급조직의 국내 판매선을 철저히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