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샤이니 종현 빈소… 동료·팬 추모 행렬

입력 2017-12-19 18:42 수정 2017-12-19 23:36
샤이니 종현이 환하게 웃는 영정 사진이 꽃에 둘러싸여 있다(왼쪽). 갑작스러운 죽음을 슬퍼하는 팬들이 1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로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종현은 “이만하면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라는 유서를 남겼다. 발인은 21일 오전9시, 장지는 미정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보아 엑소 NCT 멤버 등 조문
영하의 추위 속 팬 수백명 찾아
英 BBC “슈퍼스타가 숨졌다”

지인이 유서 공개 “속부터 고장”
“정신과 진료 도움 안돼” 토로
팬들 진료의사에 불만 제기


인기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27·본명 김종현)의 빈소가 1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샤이니 멤버 온유 민호 태민 키가 상주로 조문객을 맞았다. 종현은 서울의 한 레지던스에서 전날 숨진 채 발견됐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를 시작으로 종현과 SM에서 한솥밥을 먹던 보아 소녀시대 엑소 NCT 멤버들이 슬픈 표정으로 빈소에 들어섰다. 방탄소년단 멤버들도 조문했다.

SM은 같은 장례식장에 팬들을 위해 별도의 빈소를 마련했다. 영하를 밑도는 추운 날씨에도 수백명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SM은 전날 “종현은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하고 항상 최선을 다해 무대를 보여주는 최고의 아티스트였다”며 애도했다.

외신들도 부고를 신속히 전했다. 영국 BBC는 ‘슈퍼스타가 숨졌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종현은 가수뿐 아니라 작곡가, 프로듀서로서도 그룹에서 비중이 컸다”고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K팝 팬들이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버라이어티는 “한국 유명인들은 높은 중압감을 받는다”며 “소속사로부터 엄격한 관리를 받고 높은 수준의 행동 기준을 요구받는다. SNS에서 신랄한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밴드 디어클라우드의 멤버 나인은 이날 유족의 동의를 얻어 종현의 유서를 공개했다. 유서에는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종현은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 의사에게 진료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유서에서 “조근한 목소리로 내 성격을 탓할 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며 진료가 도움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팬들은 유서를 토대로 그를 진료한 의사에 불만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은 여러 원인으로 나타나는데 (종현을 치료한 의사가) 생물학적 이유보다 성격적 이유로 우울증이 발생했다고 보고 치료법을 제시한 것 같다”며 “종현의 입장에선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그러나 “자세한 배경을 모르기 때문에 섣부른 해석은 금물”이라고 덧붙였다.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 겸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종현이 공인이어서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며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은 61만명으로 추산된다.

손재호 권준협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