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가습기 살균제 면죄부 문제… 외압 여부 확인못해”

입력 2017-12-19 18:18

TF “작년 결정 절차·내용 잘못”

위해성 엄격한 해석 지나쳐
전원위 아닌 소위 합의 부적절
강제조사권 없는 TF
당시 윗선 조사도 안해
김상조, 고개 숙여 사과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사실상 무혐의인 심의절차종료 처리한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이 절차와 내용에서 잘못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국민일보 10월 19일자 1·6면, 10월 26일자 1·5면 보도). 다만 이 문제를 다룬 공정위 태스크포스(TF)는 ‘면죄부 결정’를 내리는 원인으로 거론된 ‘외압’을 확인하지 못했다. TF 출범 직전 “이 사건에 외압은 없었다”고 말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이 가이드라인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측은 “공정위의 면죄부 결정은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서울대 권오승 명예교수를 팀장으로 하는 TF는 19일 애경과 SK케미칼의 가습기 살균제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에 대한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TF는 지난해 8월 심의절차종료를 결정한 소위원회(주심 김성하)가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위해성을 너무 엄격하게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전원위원회가 아닌 소위원회가 중요 사실을 누락한 채 합의한 점도 잘못이라고 밝혔다. TF는 심의절차종료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재조사를 통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TF 조사 결과는 여러 면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우선 ‘윗선 외압’ 의혹에 대해 “확인할 수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초 소위원회가 지난해 8월 12일 내린 ‘합의 결렬에 따른 전원위원회 재심의 결정’이 윗선에 의해 1주일 뒤 심의절차종료로 바뀌었다는 정황이 드러났었다.

TF가 소위원회 소속 비상임위원 2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 12일 회의 결과를 인터뷰했지만 “의견이 모아졌다” “명확히 결론짓지 않았다”로 제각각이었다. TF는 윗선으로 거론된 정재찬 공정위원장, 김학현 부위원장을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TF에 참여한 박태현 강원대 교수는 “강제 조사권도 없어 정치적 외압 규명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또 TF는 공정위에서 지난해 말에 ‘면죄부 결정’을 바로잡을 기회를 무산시킨 부분을 조사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공정위 심판관리관실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 재심의 검토보고서’를 작성해 정 전 위원장에게 보고했었다. 보고서는 ‘현 시점에라도 재조사에 착수하면 해당 업체 고발과 제재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위는 이 보고서를 묵살했다.

공정위 안팎에선 TF 외부위원 4명 중 3명이 공정위 출신이라는 점, 김 위원장의 부적절한 발언, 강제조사권 없는 간접조사 방식 등을 감안할 때 이번 TF는 진실을 규명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19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 뒤늦게 사과했다. 그는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싶을 만큼 지난해 공정위 판단에서 아쉬운 대목이 많다”면서 “조직의 대표로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