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원도 같을 확률 높아
항생제 내성 있는 것도 확인
경찰, 과실 여부 규명에 주력
신생아중환자실 압수수색
인큐베이터·링거 호스 등 수거
어떻게 감염 됐는지가 핵심
직접 사인 ‘시트로…’ 단정 못해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 3명에게서 검출된 그람음성균 시트로박터 프룬디(Citrobacter freundii)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모두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병원의 감염관리 부실에 따른 의료사고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사망한 신생아 3명에게서 검출한 세균을 분석한 결과 모두 동일하게 CTX M-9형의 ‘광범위 베타락탐계 항생제 분해효소(ESBL)’ 내성 유전자가 확인됐다고 19일 발표했다. 질본 관계자는 “같은 유전자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다는 건 감염원도 같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시트로박터 프룬디는 병원 내에서 주로 감염되는 균 중 하나다. 일부 성인의 장내에 존재하지만 의료기구나 의료진의 손을 통해 환자에게 감염을 일으킨 사례가 여러 차례 보고됐다.
검출된 균의 항생제 내성이 의심된다는 전날 발표도 사실로 밝혀졌다. 해당 균은 페니실린 같은 베타락탐계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있다. 질본 측은 “항생제 내성이 있는 만큼 해당 균의 감염 치료를 위해서는 항생제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병원의 과실 여부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과 전산실 등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압수수색은 감염 관련 역학조사를 진행 중인 질본과 합동으로 이뤄졌다. 경찰은 인큐베이터와 약물 투입기, 각종 링거·주사제 투약 호스 등 의료기구와 의무기록, 처방기록 등을 압수했다.
경찰 수사와 질본 조사의 핵심은 감염 경로를 밝히는 데 있다. 시트로박터 프룬디는 성인의 경우 대부분 요로나 담도 혹은 수술 부위를 통해 감염된다. 감염내과 교수들은 해당 균이 신생아중환자실에서 흔히 발견되는 종류의 균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질본은 신생아중환자실에 출입했던 의료진 중 보균자가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당시 근무했던 의료진을 상대로 검체배양 검사를 진행 중이다. 질본 관계자는 “어떻게 같은 감염원이 전달됐는지 추적하는 역학조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가 신생아 4명이 숨진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 짓긴 어렵다. 앞서 부검을 진행한 서울과학수사연구소는 “감염으로 인해 사망할 수는 있지만 동시에 (4명이) 사망한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의 감염내과 교수도 “치료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오염된 부분이 없는지, 감염경로는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질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감염 사망원인 등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조사·검사 등 적극적인 공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퇴원 및 전원한 환아의 감염예방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임주언 기자 eo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신생아 집단 사망] 3명 감염 세균 유전자 일치… 관리 부실 ‘의료 사고’ 가능성
입력 2017-12-19 18:54 수정 2017-12-19 2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