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열음 커지는 與-노동계… 현안 처리 빨간불

입력 2017-12-20 05:00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 등 현안에 관한 더불어민주당 간담회에 참석한 김주영(오른쪽)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김태년 정책위의장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한상균 석방·중복할증 폐지 등 이견… 불신 커져

최저임금 산입 범위 결정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난항

여권, 盧정부 첫 해 연쇄 파업
개혁 추진력 상실 ‘트라우마’

노동계와 갈등 지속 땐
文 대통령 ‘대타협’ 구상 차질

여권과 노동계의 정책 공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주요 노동정책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 표면화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 중인 정부·재계·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사회적 대타협’ 구상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노동계 양대 축인 민주노총 및 한국노총과 갈등 중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한상균 위원장 석방’, ‘중복할증 폐지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 중단’ 등을 요구하면서 19일 민주당 당사에서 이틀째 점거 농성을 이어갔다. 한국노총은 야당과 근로기준법 개정 관련 휴일·연장근무 중복할증 폐지에 합의한 민주당 지도부와 대립하고 있다.

여권과 노동계의 이견은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여당 내에서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해 온 이용득 의원은 최근 당 지도부를 향해 “중복할증 폐지 합의는 대선 당시 한국노총과 민주당이 맺은 정책연대 협약을 파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한국노총에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서 제외한 잘못된 행정해석 폐기를 추진한다’고 약속한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당정과 노동계 간 이견이 거듭되면서 줄줄이 대기 중인 노동 현안 처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노사정 협의로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결정해야 한다. 최저임금 범위에 상여금과 숙식비를 포함해야 한다는 재계와 반대하는 노동계가 대립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도 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월 2020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계획에서 제외된 비정규직 11만명의 집단 반발이 예고된 상황이다. 금융사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추진도 노사가 충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문재인정부에는 노무현정부 집권 초반 노동계의 극심한 저항으로 국정 운영에 제동이 걸린 선례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노무현정부는 출범 첫 해 철도 파업, 화물연대 파업 등이 잇달아 발생해 노동개혁 추진력을 상실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노무현정부의 비정규직보호법에 비유되고 있다. 비정규직을 2년 이상 사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한 비정규직보호법은 참여정부 주도로 2007년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사업주들은 법을 피하기 위해 ‘해고’와 ‘쪼개기 계약’을 반복해 비정규직만 양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근로시간 단축 역시 비슷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노동계의 투쟁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15일 연가투쟁을 벌였다. 지난달 28일에는 건설노조가 건설근로자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며 서울 여의대로 10개 차로와 마포대교 남단을 한 시간 가까이 점거했다.

노동계와의 갈등이 지속되면 노사정위원회를 복원해 노사 갈등을 사회적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문 대통령 구상도 어그러진다. 노동계 관계자는 “현 정부가 ‘좌회전 깜박이를 켜면서 우회전하려 한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며 “대화가 단절되면 노정 갈등이 심화되고 물리적 충돌만 늘어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우려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