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유아 특수학교가 건물의 소유권을 가진 교회의 결정으로 존폐 기로에 놓였다.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폐교 가능성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19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의 A교회는 지난 17일 사무총회를 열어 ‘특수학교 건물 사용 추인의 건’ 투표를 진행했다. 20년 전 학교를 설립했던 당시 담임목사가 교인 승인 절차 없이 독단적으로 교회 교육관을 특수학교 건물로 바꿨던 만큼 재산권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게 교회 측 입장이다.
그러나 투표에서 다수의 반대표가 나와 건물 사용 추인의 건은 부결됐다. 학교가 교회 건물을 이용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된 셈이다. 1998년 설립된 해당 학교에는 현재 2∼5세 지적·자폐성 장애 아동 31명이 재학 중이다.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교회 측이 폐교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20년간 유지된 데다 평판도 좋은 학교라 아이들이 편견·차별 없이 감사하며 다니고 있었는데, 교회에서 이런 투표를 진행하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회 관계자는 그러나 “폐교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교인의 승인 없이 세워진 학교이기 때문에 승인절차를 거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어 “법적인 판단에 따라 조정이 이뤄지겠지만 (학교는) 현재대로 유지될 것”이라며 “교육청과 학교, 교회 3자 간 충분한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회 담임목사가 학교 이사장직에서 사임하는 등 인사조치가 뒤따를 전망이다.
교회 측은 자금 사정으로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학교가 건물을 사용하고 있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학교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는 사립 특수학교여서 타당한 이유 없이 문을 닫을 수 없다. 교회가 시교육청에 폐교를 신청하면 교육청은 필요성과 타당성, 학생 분산 수용 계획 등을 검토해 인가 여부를 검토한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단독] 20년 된 유아 특수학교 존폐 기로에… 건물 소유 교회, 학교 사용 추인투표서 부결
입력 2017-12-19 19:03 수정 2017-12-20 1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