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19일 우편향 논란을 빚었던 박승춘 전 보훈처장과 최모 전 차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고엽제전우회와 상이군경회에 대해선 각각 ‘관제 데모’ 의혹,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보훈처가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적극 호응하고 나선 모양새다.
보훈처는 “박 전 처장 취임 이후인 2011년 6월 신설된 보훈처 나라사랑교육과가 각종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안보교육을 진행하는 등 대선 개입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2011년 11월 안보교육 DVD 11장짜리 세트 1000개를 만들어 배포했다.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는 안보교육 DVD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에 따라 국정원 지원으로 제작됐다고 지난 10월 밝힌 바 있다. 다만 보훈처는 정치중립 의무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박 전 처장에게 적용하지 않았다.
과거 박 전 처장이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고발됐을 당시 정무직 공무원인 보훈처장의 경우 국가공무원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던 점을 감안했다.
보훈처는 국가공무원법 위반 대신 박 전 처장 재임 기간 비위 사건 등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보훈처 직원 복지를 위한 나라사랑공제회 설립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이 출연금 명목으로 5개 업체에 모두 1억4000만원을 내도록 하고 공동사업 계약 등 특혜를 줬다. 보훈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된 ‘함께하는나라사랑재단’ 유모 전 이사장 등의 29억5500만원 규모 횡령 및 배임 혐의도 드러났다.
보훈처는 고엽제전우회가 ‘종북 척결’ 등 정치 활동을 하고 출장비·복리후생비 등을 증빙 자료 없이 집행했다고 보고 있다. 상이군경회는 자판기와 마사회 매점 등 일부 수익사업을 보훈처장 승인 없이 운영한 사실이 적발됐다.
보훈처는 또 안보교육 DVD 사업 담당과장 1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담당사무관 1명에 대해선 중앙징계위원회 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나라사랑공제회와 함께하는나라사랑 사업 비리와 관련해선 공무원 9명에 대해 중앙징계위원회 징계 또는 경고·주의조치 처분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보훈처 ‘적폐청산’ 시동… 박승춘 전 처장 ‘직무유기’ 수사의뢰
입력 2017-12-19 18:44 수정 2017-12-20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