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탈원전·탈석탄 해도 전기요금 인상 없다? “산업부, 지역자원시설세 요구 거부했다”

입력 2017-12-19 19:11 수정 2017-12-19 23:29

정부가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진행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무리하게 막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에 지역자원시설세를 올려야 한다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원전에 국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산업부 관계자에 따르면 행안위는 최근 원전과 석탄화력에도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지역자원시설세는 공공시설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해당 시설에서 이익을 받는 사람에게 부과하는 목적세다. 행안위는 지역 개발, 미세먼지 저감 등에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원전과 석탄화력에 부과한 특정자원분 지역자원시설세를 인상하자고 했다. 그러나 산업부 관계자는 “의원들이 세금만 올리자고 했지 용처는 명확히 하지 않았다”면서 “눈먼 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검토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에너지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반발을 우려해 산업부가 피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상수도의 경우 수질 개선을 위해 운용부담금 형태로 수도요금에 t당 140원 정도 받고 있지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정부는 탈원전, 탈석탄에도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14일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에서도 2022년까지 에너지 전환에 따른 인상 요인은 거의 없다고 했다. 2022∼2030년 연평균 인상 요인도 1.1∼1.3%로 4인 가족으로 환산하면 월평균 610∼720원 오르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발표 직후 과도하게 전기요금 인상을 축소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료비와 물가상승률을 전망치에서 변수로 제외했다는 것이다. 값싼 원전과 석탄발전이 들어섰던 지난 13년간 실질 전기요금 인상률은 13.9%였지만 물가 상승과 연료비 변동까지 고려한 명목상승률은 68%였다. 여기에 발전량을 늘리는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연료비 변동 폭이 가장 크다. 전기요금 인상 없이 연료비가 오를 경우 모든 피해는 한국전력공사로 돌아가게 된다. 한전은 하반기 유가가 오르면서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내년 발표할 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원전에 국세를 부과하는 것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유연탄과 원전은 LNG 등에 비해 적은 세금으로 발전단가를 낮췄다. 이에 정부는 세제개편을 통해 유연탄의 개소세를 인상하기로 했지만 원전은 국세 없이 지방세만 부과하고 있다. 산업부 내부에서도 원전에 국세를 부과하면 전기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 유승훈 교수는 “2030년까지는 원전과 석탄이 있어서 그나마 괜찮지만 그 이후가 문제”라며 “탈원전, 탈석탄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있을 때 전기요금도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