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차이 인정하지 않고
차별 둔’ 권력자의 죄 역설
金 “아들 손 한 번 잡고싶다”
최후진술서 혐의 전면 부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9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차별을 둔’ 권력자들의 죄를 역설했다. 이용복 특검보는 미국의 영화배우 메릴 스트립의 발언을 인용하며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범행이 사회에 끼친 해악을 지적했다. “할리우드에는 아웃사이더와 외국인이 넘쳐난다. 이들을 다 쫓아내면 우리는 미식축구와 이종격투기 말고는 볼 게 없다. 그건 예술이 아니다. 권력을 가진 자가 지위를 이용해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 우리는 모두 패배한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특검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김 전 실장 등은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업무를 실행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기소됐다. 지난 7월 1심 재판부는 이들 모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김 전 실장은 징역 3년, 조 전 장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장관은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다.
이 특검보는 “문화예술인들을 종북세력으로 몰고 지원 배제 업무를 실행했다”며 “북한의 공산주의자와 싸운다는 명분 아래 그들이 하는 것과 똑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하늘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앉은 김 전 실장은 무표정하게 정면을 응시했다. 조 전 장관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였다.
김 전 실장은 최후진술에서 미리 준비해 온 원고를 읽었다. “지원 배제 명단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도, 명단을 본 적도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회의에서 했던 발언들은 자유대한민국에 위협이 되는 각종 활동에 국민 세금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소신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남은 소망은 늙은 아내와 식물인간으로 4년간 병석에 누워 있는 아들의 손을 다시 한 번 잡아주는 것”이라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소원을 하나 허용해준다면 시간을 되돌려 정무수석실이 (지원 배제 업무에) 관여되는 순간을 바로잡고 싶다”며 흐느꼈다. 선고일은 다음 달 23일이다.
화이트리스트 의혹 수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달 6일 구속 기소된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 공소장에는 김 전 실장, 조 전 장관 등이 공범으로 명시돼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20일 김 전 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0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이 사건 역시 최종적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조사해야 할 사안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블랙리스트’ 항소심, 김기춘 7년·조윤선 6년刑 구형
입력 2017-12-19 19:02 수정 2017-12-19 2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