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오해와 진실] 종교활동비 세무신고·조사는 정교분리 원칙 해치는 것

입력 2017-12-20 00:01

정부와 세무 당국, 종교계가 장기간 머리를 맞대고 합의한 종교인 과세 관련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폐기될 상황에 처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 ‘자의적 종교활동비 조항이 탈세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교계는 “교회 규약이나 의결 과정을 거쳐 종교활동비 내역을 정하는 만큼 탈세 가능성이 높지 않으며, 종교활동비는 종교 고유 영역인 만큼 과세 대상이 아니다”고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시행 초읽기 종교인 과세 ‘딴지’ 왜?

종교인 과세안의 재검토 논란은 지난 12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시민 눈높이에서 최소한의 보완을 해 달라”고 지시하면서 불거졌다.

지난달 29일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에서 종교인 과세 유예안 심의가 이뤄지던 상황에서 정부는 과세 유예안 통과를 막기 위해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튿날인 30일부터 입법예고했다. ‘종교활동비를 종교인 과세 범위에서 제외하고 세무조사에 앞서 자체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총리의 상명하달식 보완 지시 이후 정부 입장은 돌변했다.

당초 시행령 개정안 골자는 종교인소득 과세의 대상 소득을 종교인에게 지급되는 사례비(생활비)로 한정하는 것과 종교활동비는 비과세 항목에 포함시킨 것이다. 종교인소득 세무조사가 종교인소득 회계에 한정되도록 종교단체 회계와 종교인회계를 구분해서 기록·관리한다는 선언적 규정을 마련한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이후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과 참여연대, 납세자연맹 등 시민단체들이 들고일어났다. “종교단체의 ‘종교활동비’는 현재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사에서 남용이 문제되고 있는 ‘정보비’ ‘기밀비’ ‘특활비’ 같은 특혜”라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종교인 사례비를 줄이고 종교활동비를 늘리려는 ‘꼼수’”라면서 “시행령에 종교활동비 상한선을 정하고 종교활동비 내역에 대한 증빙자료를 세무서에 신고해 세무조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교회헌금을 국정원 특활비 취급하다니”

이런 주장에 교계는 종교단체를 마피아 같은 범죄 집단 내지는 지하경제의 온상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교인들이 생활비를 쪼개 헌금하는 신성한 종교활동비를 국정원이 공작 등을 펼치는 특활비, 거기다가 박근혜정부 청와대에 갖다 바치는 돈 정도로 폄하하는 데 대해 심한 모멸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등 기독교계 연합기관을 대표해 종교인 과세에 대응하는 ‘한국교회와 종교 간 협력을 위한 특별위원회’(특별위)는 19일 “종교활동비는 종교인이 종교단체에서 받는 사례비와는 별도로 종교단체의 종교활동에 필요한 경비”라며 “종교인에게 맡겨 사용하는 종교단체의 공금”이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대부분 종교단체는 종교활동비를 종교단체 의결기구의 결의로 책정하고 있다. 비용을 사용한 결과는 공동회의체에 보고하거나 종교단체 명의의 통장에 입금해 관리한다. 종교인 사례비통장과 구별할 뿐만 아니라 종교단체 사무행정에서 관리하며, 법인카드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탈세에 악용될 우려가 없다는 게 특별위의 설명이다. 특별위 관계자는 “종교활동비는 선교나 구제활동 등 종교단체와 종교인의 종교적 목표 실현에 필요한 경우에 주로 사용하는 재정”이라고 덧붙였다.

교계 “명백한 종교탄압 음모”

특별위는 또 “종교활동비는 종교단체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공적 비용이므로 ‘종교인소득’ 과세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세무조사에서 제외하는 것을 특혜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종교는 문제 삼지 않고 유독 기독교를 표적으로 삼는 데 대한 저의와 배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며 명백히 종교탄압 음모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계는 특히 일부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종교활동비를 과세하고 증빙자료를 신고하며 세무조사를 한다면 종교인과 종교단체 활동의 상세한 내용까지 모두 과세 당국으로부터 감시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교계 관계자는 “이는 헌법 제20조가 선언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 정교분리 원칙을 짓밟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종교활동비는 어디까지나 종교단체의 공적 비용이므로 이에 대한 내역과 증빙자료를 세무서에 신고한다든지 종교활동비의 상한선을 설정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은 종교인 과세의 기본정신을 넘은 것으로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글=김동우 구자창 기자 love@kmib.co.kr, 삽화=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