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마미 바이니, 흑인 여성 최초 올림픽 대표 뽑혀
평창올림픽 500m 선발전 우승
가나에서 태어나 5세 때 美 이주
쇼트트랙 입문 후 한국인과 인연
김동성·김윤미 지도로 기량 향상 지난달엔 월드컵 서울대회 참가
“순간적인 스피드가 폭발적이었죠. 조금만 다듬으면 좋은 선수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쇼트트랙 전설’ 김동성 KBS 해설위원(37)은 미국 쇼트트랙 선수 마미 바이니(17)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바이니는 김 위원에게 2년 동안 지도를 받으며 잠재력을 일깨웠고, 마침내 흑인 여성 최초로 미국 올림픽 스케이팅 대표로 선발되는 영광을 안았다.
바이니는 지난 17일(한국시간)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유타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아버지 크웨쿠 바이니와 동네 이웃들로부터 응원을 받으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바이니는 미국 올림픽 스케이팅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첫 흑인 여성 선수가 됐다는 기쁨에 들떠 환호하다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태어난 바이니는 5세이던 2005년 아빠와 함께 살기 위해 미국으로 갔다. 메릴랜드주 록빌에 도착한 바이니는 너무 낯선 환경에 놀라 아빠에게 “가나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어린 딸이 미국 생활에 재미를 붙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아빠는 어느 날 바이니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레스턴 지역을 지나다 ‘올가을에 스케이팅을 배워 보세요’라는 광고를 봤다. 아빠는 바이니에게 “스케이트 한번 타 보겠니” 하고 물었다. 바이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스케이트가 뭔지 몰랐다. 가나에 아이스 링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해 가을부터 스케이팅을 배우기 시작한 바이니는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바이니는 처음엔 피겨스케이팅을 했다. 피겨스케이팅을 배운 지 넉 달이 된 어느 날 피겨스케이팅 지도자는 바이니에게 “스피드가 좋으니 스피드스케이팅을 한번 해 보라”고 권했다. 바이니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토요일마다 오전 6시 30분까지 워싱턴 DC에 있는 포트 듀퐁 아이스 아레나로 가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선수 출신인 나다니엘 밀스에게 무료로 레슨을 받았다.
바이니는 8세 무렵 1994 릴레함메르올림픽과 1998 나가노올림픽 때 한국 대표로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금메달을 따낸 김윤미 코치의 지도를 받았다. 당시 김 코치는 록빌 지역의 스피드스케이팅 클럽 ‘리딩 에지’서 활약하고 있었다. 바이니는 10세 때 워싱턴 D.C 지역에 김 위원이 창단한 ‘DS 스피드스케이팅’ 클럽에 입단하며 김 위원과 인연을 맺었다.
바이니를 2년 동안 지도했던 김 위원은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바이니는 어려서 부모가 이혼하는 아픔을 겪었고, 집안 형편도 좋지 않았지만 성격이 밝았다. 경기를 즐기는 스타일이었다”며 “잠재력이 있는 선수여서 레슨비를 받지 않고 가르쳤다”고 말했다.
바이니는 근력이 좋아 순간적인 스피드가 뛰어났다. 하지만 지구력이 약한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김 위원은 “처음에 바이니는 링크 4바퀴 반을 도는 500m도 완주하지 못했다”며 “지구력을 길러 주자 기록이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회고했다. 바이니는 2016-2017 쇼트트랙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 주니어 선수가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목에 건 것은 1996년 이후 바이니가 처음이었다.
바이니는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500m에 출전했다. 하지만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김 위원은 실망한 바이니를 만나 위로하고 조언도 해 줬다고 했다.
미국 쇼트트랙 여자 500m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라나 게링(27)과 제시카 쿠어만(34), 캐서린 로이터(29)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는 파란을 일으킨 바이니가 평창에서 ‘검은 돌풍’을 일으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美 쇼트트랙, 블랙 파워
입력 2017-12-20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