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집단사망] ‘가슴에 묻고’… 눈물로 떠나보냈다

입력 2017-12-19 18:55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숨진 아기들의 주검이 19일 흰 천을 두른 관에 안치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흘리는 유족들이 보인다. 뉴시스

숨진 아기 4명 발인식

오전 6시30분부터 순차적으로

유족, 병원이 부모 동의 없이
아이들 임상실험 의혹 제기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연쇄 사망한 신생아 4명에 대한 장례가 19일 치러졌다. 이들 신생아의 유족은 이날 오전 6시30분에서 오후 1시20분 사이 발인절차를 밟았다.

오전 6시2분쯤 백모군의 부모가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섰다. 부부는 장례식장 운영사무실에 들렀다가 오전 6시20분쯤 아이의 관이 있는 안치실로 향했다. 부부는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3분 뒤 장례식장 직원들이 관을 운반용 도르래에 싣고 안치실 밖으로 나왔다. 그 뒤를 부부가 따랐다. 오전 6시25분 장례식장 정문에서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리무진에 장례식장 직원들이 아이의 관을 실었다. 아이 엄마는 울먹이며 손수건으로 입을 가렸다. 아빠는 무거운 표정으로 아내의 등을 감싸 안았다. 부부는 눈을 감고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리며 묵념했다.

1시간 정도 뒤 안모양의 부모가 장례식장에 들어섰다. 가족 7명과 함께였다. 숨진 신생아의 외할아버지는 병원 측에서 아이의 관을 제공했다는 말을 듣고 “그깟 관짝”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담담했던 아이 엄마는 오전 8시쯤 흰색 승용차에 아이의 관이 실리자 왈칵 눈물을 보였다. 아빠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오전 10시5분에는 정모양의 아빠가 홀로 장례식장에 들어왔다. 그는 아이의 관을 운반하는 내내 그 위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오전 10시28분쯤 아이의 관이 검은색 리무진에 실렸다. 내내 굳은 표정이었던 아빠는 차량 조수석에 올라타고 나서야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발인식에서 유족들의 항의도 있었다. 낮 12시4분쯤 장례식장 운영사무실에 들어온 조모군의 아빠는 30분 뒤 취재진을 만나 “병원 측이 부모 동의 없이 아이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가 태어나고 경황이 없는 와중에 병원 측이 요구한 10여장의 연구동의서에 서명했다”며 “간호사가 연구 목적으로 데이터 수치를 제공해 달라고 했지 임상실험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군의 유족은 이대목동병원 측에 문제의 연구동의서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