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방학이 시작되는 요즘이 두렵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사역 중인 A선교사를 최근 만나니 이렇게 하소연합니다. 단기선교팀이 대거 몰려오는 시즌이라 그렇다는 것입니다. 단기선교는 젊은이들이 해외 현지 선교사들을 방문해 선교에 대한 비전을 품을 수 있다는 면에서 장점이 많습니다. 문제는 의욕만 앞선 선교팀이 방문하는 경우입니다.
가령 시장통에서 노방전도나 거리 찬양집회를 하겠다고 우기는 팀을 만나면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고 합니다. 선교지 대부분이 타 종교권이기에 이 같은 활동은 자칫 현지 주민들과 마찰을 빚을 수 있습니다.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기에 선교사들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닙니다.
하지만 현지 선교사는 자신을 후원하는 교회가 보낸 단기선교팀을 홀대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 선교사들은 두 가지중에서 선택을 합니다. 잘 설득해서 마음을 돌리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요청을 들어주는 겁니다. 전자의 경우 후원 교회와 앙금이 남고 후자는 선교사 자신의 사역이 어려워집니다. 장기간 사역하는 현지 선교사를 돕는 길은 이 같은 요청을 하지 않는 겁니다.
무슬림에게 직접 복음을 전하지 못하면 선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무모한 선교단체’도 장기 선교사들에겐 ‘암초’입니다. 이런 단체가 쓸고 지나간 지역에선 당분간 선교 사역이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선교지에서 장거리로 이동하는 일정도 지양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몇 해 전 서울의 한 교회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등이 미니버스를 타고 사역지로 이동하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원이 목숨을 잃는 일도 있었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장기 선교사를 돕는 데 집중하라.”
단기선교팀을 향한 시니어 선교사들의 조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사무총장을 지낸 강대흥 태국 선교사는 “단기팀은 선교를 위한 소중한 자원”이라며 “선교를 배우는 입장이라는 걸 항상 기억하라”고 조언합니다. 또 “긴 호흡으로 활동하는 선교사의 사역을 간접 체험하고 선교를 위해 기도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단기선교만큼 효과적인 교육법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조용중 사무총장도 장기 선교사를 돕는 조력자가 되라고 당부합니다. 조 사무총장은 “단기팀은 장기 선교사를 격려하고 협력하며 사역을 경험하는 게 미덕”이라며 “주도적으로 뭘 하기보다는 하나님이 이뤄 가시는 사역의 여정에 잠시 동참하는 데 의미를 두라”고 말했습니다.
분명한 건 단기선교를 경험한 이들 가운데 장기선교에 헌신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입니다. 주어진 단기선교 기회를 선용한 경우죠. 한국 기독교의 선교에 대한 열정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합니다. 이 열정이 건강하게 자라 선교의 지경을 넓히는 자양분이 되길 바랍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미션 톡!] 무리한 노방전도·거리 찬양집회 금물
입력 2017-12-20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