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종교활동비가 과연 종교인의 쌈짓돈인가

입력 2017-12-20 00:03 수정 2017-12-20 00:12

종교인소득 과세에 있어서 종교활동비가 부지불식간에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됐다. 종교인이 소속 종교단체의 규약 또는 의결·승인 등에 의하여 결정된 지급기준에 따라 종교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지급받은 금액을 비과세하겠다고 시행령을 입법예고하면서부터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비과세되는 종교활동비의 한도액을 법령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과세되는 사례비를 줄이고 비과세되는 종교활동비를 늘리는 편법으로 세금을 줄이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종교활동비를 최근 문제되고 있는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와 다름없지 않으냐는 언급까지 나오고 있다. 종교활동비가 마치 종교인이 제멋대로 처분할 수 있는 눈먼 돈쯤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종교인들은 종교활동비가 공동의회의 결의로써 편성되고 종교단체 명의의 통장으로 관리되는 공금(公金)으로서 사용 결과도 결산을 통해 공동의회의 승인을 받기 때문에 편법의 여지가 없으니 믿으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종교활동비가 어떻게 책정되고 관리·사용되는지 실제로 살펴보는 것이다. 서울 시내에 소재하는 재정 규모로는 중중(中中) 내지 중하(中下) 정도 되리라고 짐작되는 종교단체의 공동의회 결의서를 입수해 분석했다.

분석 대상이 된 교회들은 내년 수입예산을 항목별(주일헌금, 십일조, 감사헌금, 선교헌금, 장학헌금 등)로 전년과 대비되는 비교표를 만들어 전년 대비 증감액과 증감률을 표시해 작성했다. 지출예산도 동일한 방법으로 항목별(예배사역, 찬양사역, 국내사역, 해외선교 등)로 작성한 비교표를 공동의회의 승인을 받아 구성했다.

여기서 종교활동비에 들어가는 지출예산 항목은 예배사역, 찬양사역, 국내사역, 교육사역, 경조사역 등 14개로 구분돼 있었다. 또 사역별 책임자로 종교인이 아닌 신도(장로를 원칙으로 하고 집사 또는 권사)가 위원장으로 임명되고 사역별 지출원인이 발생할 경우 역시 위원장의 책임 아래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토대로 미루어 짐작건대 기독교를 비롯한 불교 천주교 등 어느 정도의 재정규모가 되는 종교단체는 대개 이와 유사한 형태로 종교활동비가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재정지출 구조 아래에서는 종교인이 임의로 개입할 여지는 사실상 낮다. 사례비를 줄이고 종교활동비를 편법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각 사역 담당 책임자인 일반 신도에게 부탁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고 쳐도 비밀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또 그런 식의 종교단체는 제대로 성장할 수도 없을 것이다.

더 넓은 시각으로 사안에 접근할 필요도 있다. 종교활동비는 국가가 지출해야 할 공익사업비의 일부를 대신하는 기능을 한다. 종교활동비의 상한선을 법령으로 정하면 그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그러한 경우 그 차액은 결국 국가의 재정으로 메워야 하고 이는 소탐대실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당초 과세 당국은 선(先)시행 후(後)보완 입장이었고, 종교계는 선(先)보완 후(後)시행을 주장했다. 시행령 합의안을 계기로 종교계가 입장을 선회했으니 과세 당국도 합의안대로 시행해 보고 잘못된 부분을 보완해 나갔으면 한다. 이것이 과세 당국, 종교계, 시민단체 및 일반 국민 간의 종교인 과세로 인한 피로감을 줄이는 길이 될 것이다.

이석규 한국교회법학회 감사 겸 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