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한 달… 무너진 교회는 정부 지원서 제외 철거할 비용조차 없어 발동동

입력 2017-12-20 00:03
안전 가림막이 설치된 경북 포항시 흥해읍 한동대 창조홀. 가림막에 ‘이스라엘 백성이 무너진 곳을 보수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이사야 58장 12절이 영어로 적혀 있다.
지난달 15일 지진으로 반파된 포항 흥안교회.
한동대 오석관 앞 잔디광장에서 지난 7∼16일 운영된 ‘기도의 장막’ 내 게시판에 게시된 지진 피해 극복을 염원하는 메시지들.
포항 북구 기쁨의교회 교인들이 이재민들을 위한 대피소로 사용하던 교회 체육관에서 지난 17일 성탄절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규모 5.4의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포항 교계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한동대(총장 장순흥)는 복구가 한창 진행 중이며, 발 빠른 이재민 수용 조치를 펼친 기쁨의교회(박진석 목사)는 지난달 말 대피소 운영을 마무리한 상태다. 하지만 교회 건물 등이 무너진 일부 소형 교회의 경우, 자력으로 복구할 여력이 없어 관심과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복구 한창 진행 중, 자원봉사 마무리

지난 17일 찾아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동대는 한산했다. 2학기 학사 일정이 끝난 교정엔 기말고사를 마친 학생들만 기숙사 짐을 집으로 부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지진으로 외벽이 무너져 내린 창조홀의 가림막에는 ‘이스라엘 백성이 파괴된 기초를 다시 쌓고 무너진 곳을 보수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이사야 58장 12절 말씀이 영어로 적혀 있었다.

한동대는 지난달 19일 대한안전산업협회를 통해 최종 안전점검을 받았다. 41개동 건물 중 언어교육원과 맞춤형교육센터 두 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건물이 출입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후 느헤미야홀, 창조홀 등 외벽이 허물어졌거나 균열이 생긴 건물엔 가림막을 설치하고 보수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연우 대외협력팀장은 “학생들이 학교를 비운 방학 동안 최대한 보수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쁨의교회는 지진 발생 직후부터 지난달 30일까지 2주 동안 지진 대피소를 운영했다. 300여명의 이재민을 수용했는데, 이 기간 자원봉사자만 1000명이 넘었다. 지난달 23일에는 탈북민공동체 주사랑교회(이사랑 목사) 성도 10여명이 김장과 반찬 만들기를 돕고 구호성금을 전달했다. 27일에는 노숙인 봉사단체인 ‘거리의 천사들’에서 5명의 자원봉사자가 찾아와 대피소 청소를 도왔다. 앞서 22일에는 교환학생, 주부, 국제학교 교사, 원어민 강사 등이 찾아와 식당청소와 주방정리를 도맡았다.

박진석 목사는 지진 발생 이후 ‘세 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전 4:12)의 성경 구절에 착안해 민·관·이재민이 세 겹 줄을 이뤄 재난을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피해 큰 소형교회, 지원 없어 속끓여

문제는 스스로 피해를 복구할 재정적 여력이 없는 소형 교회들이다. 이들은 별도 보상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연재난구호및복구비용부담기준등에관한규정’에 따르면 주택이나 공공시설에 대해선 금전적 보상 지원을 하고 있지만 종교시설은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교회 완파 판정을 받은 포항 흥해교회(김영달 목사)는 본당과 사택을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다. 철거 비용만 약 7000만원이 소요되지만 감당할 여력이 없다. 현재 선교원 건물에서 임시로 예배하고 있지만 앞이 막막하다. 흥안교회(김두천 목사) 역시 교회가 반파돼 마을 주민의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김두천 목사는 “설상가상으로 언론에 노출이 많이 됐기 때문에 지원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는 잘못된 소문까지 돌고 있다”며 “진앙지에 가까워 피해가 큰 교회들의 경우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재민을 향한 도움의 손길은 이어지고 있다. 한국교회봉사단은 20일 포항시에 이재민 성탄선물을 전달하고 피해 교회를 격려 방문할 계획이다. 24∼25일에는 사회복지법인 기쁨의복지재단이 포항 북구 기쁨의복지관에서 지진 피해 구호민을 돕기 위한 크리스마스 바자회를 연다.

포항=글·사진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포항 지진 피해 성금 보내 주신 분들

-은평성결교회(한태수 목사) 200만원 -서현교회(이상화 목사) 200만원 -이양희 100만원

△목양교회 30만원 △고성수 20만원 △장동수 10만원 △홍성록 10만원 △전용우 10만원 △김여민 10만원 △유재숙(일오삼유통) 10만원 △성옥자 10만원 △고규환 10만원 △순복음믿음교회 10만원 △지옥심 10만원 △황성원 10만원 △김덕순 5만원 △우현옥 5만원 △원동교회 5만원 △구영희 5만원 △반석교회 5만원 △김진철 4만4000원 △최옥수 3만원 △이금동 3만원 △채옥현 3만원 △김상연 1만5000원 △이진수 1만원

◇모금기간 : 11월 24일∼12월 31일

◇성금계좌 : 기업은행 022-077066-01-110(예금주 : ㈔한국기독교사회복지협의회)

◇문의 : 한국교회봉사단(02-747-1225) 국민일보(02-781-9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