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달 국회의원 보좌진 수를 7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국회의원 수당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2명의 계약직 인턴 중 1명을 8급 정규직으로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8급 보좌진 증원에 추가로 소요되는 예산은 연간 67억원이다.
국회는 국회의원의 보좌진 증원을 전광석화처럼 처리했다. 그러나 지방의원에 정책지원인력을 도입하자는 지방의회의 거듭된 요구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외면하고 있다. 서울시의원 106명에게 1명씩 정책보좌관을 붙여주는데 들어가는 예산은 36억∼40억원이다.
국회는 또 국회의원 세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급여 대신 수당을 올리는 방식이다. 월 646만원이었던 일반수당을 663만원으로 17만원 인상한다는 안이 지난달 말 국회운영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의원 세비 인상은 6년 만이다. 그러나 그들의 4분의 1 수준인 지방의원 세비는 유급제가 시행된 2006년 이후 거의 오르지 않았다.
국회와 지방의회,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차이는 크다.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26년이 지났지만 지방의원의 존재감은 여전히 미미한 상태다.
문재인정부가 약속한 대로 지방분권이 진전되면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은 더 커진다. 이를 견제, 감시하는 지방의회와 지방의원들의 힘이 강화되지 않는다면 지방분권은 지방정부 독주로 귀결될 수도 있다.
먼저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보수를 비교해 보자. 국회의원 1명의 수령액은 수당, 상여금, 활동비 등을 합쳐 1년에 2억3000만원이다. 국회의원 본인과 보좌진의 급여를 합치면 연 6억7000만원에 달한다.
서울시의원의 보수는 6300만원 수준. 월 526만원이 지급되는데 의정활동비 150만원, 월정수당 376만원으로 구성된다. 국회의원 수령액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기초의원 보수는 더 낮다. 서울시 자치구의 구의원은 한 달에 350만원 안팎의 급여를 받는다. 각종 세금을 떼고 나면 월 수령액은 300만원대 초반. 연간으로 계산하면 40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이번에 증원되는 국회의원 8급 비서에게 책정되는 급여가 연 550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구의원 보수가 국회의원 8급 보좌진보다 적다.
활동 지원 상황은 어떨까? 국회의원에게는 총 9명의 보좌진이 지원된다.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9급 비서 각 1명, 계약직 인턴 2명이다. 18대 국회(2008∼2012년) 때만 해도 의원 보좌진은 6명(인턴 제외)이었다. 19대 때 1명이 늘었고, 이번 20대 때 다시 1명 증원했다.
시의원들은 보좌진이 없다.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이후 26년이 지났지만 지방의원 보좌진은 여전히 0명이다. 정책지원전문인력 도입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처리는 요원한 상황이다.
국회의원들은 개인보좌진 외에도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대표적인 게 전문위원과 국회사무처다. 국회사무처 인원은 1300명이 넘는다. 사무처 직원은 국회에서 별도로 선발해 운용한다.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을 지원하는 전문위원 숫자는 40여명에 달한다.
서울시의회도 전문위원과 사무처를 두고 있다. 서울시의회 전문위원은 총 21명이다. 10개 상임위에 각 2명 정도씩 배치돼 있다. 시의원들이 쓸 수 있는 정책전문인력은 사실상 이들이 전부다.
서울시의회사무처 인력은 전문위원, 별정직 등을 포함해 총 300명이다. 대부분이 서울시청 공무원으로 보통 1, 2년 시의회 파견근무 후 서울시청으로 돌아간다. 시의회에 계속 남아 지속성을 갖고 일하는 경우는 전문위원, 입법조사관 등 소수에 불과하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시의원 혼자서 예산을 심의하고 행정사무 감사, 조례 제정, 정책 제안, 민원 처리까지 담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집행부(서울시청)를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의회 사무처도 잠깐 근무하고 돌아가는 시청 공무원 위주라서 전문성 있는 정책 지원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며 “시의회가 사무처 인사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의원과 시의원의 역할이나 중요성이 다르기 때문에 대우와 지원에서 차이가 나는 게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과 시의원이 실제로 하는 일을 보면 현재와 같은 차이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마디로 국회의원에겐 지원이 너무 후하고 지방의원에겐 지나치게 박하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300명의 의원이 420조원대 국가 예산을 심의한다. 서울시의회에서는 106명의 시의원이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을 합쳐 한 해 40조원에 달하는 살림을 감시한다. 시의원 1인당 평균 3800억원의 예산을 심의하는 셈이다.
행정사무 감사, 입법 활동, 민원 처리 등 하는 일도 같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서울시의회에서는 267건의 조례 제·개정이 이뤄졌다. 시의원 1인당 평균 2.5건이다. 행정사무 감사는 3506건으로 1인당 33건, 민원·청원 처리는 484건으로 1인당 4.6건이었다. 시의회 회의 일수는 108일로 집계됐다.
서울시의원 출신인 김종욱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서울시의원 연봉이 서울시청 과장들보다 적다. 게다가 시의원들에겐 보좌진도 없다”면서 “그래 놓고 방대한 서울시를 견제하라? 이건 일하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 부시장은 “지방의원에 대한 처우나 지원이 강화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인력들이 지방의회에 도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로선 지방의원이란 자리가 별 매력이 없다 보니 지원자가 많지 않아 진입장벽이 낮다는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최소한의 실력이나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들도 지방의원이 되고, 게다가 국회의원들이 자기 구미에 맞는 사람을 밀어 넣는 경향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김 부시장은 “지방의원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그 대신 각 정당에서 이런 사람은 안 된다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줘서 지방의원 수준을 전체적으로 높여야 한다”며 “그래서 지방정치인을 제대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일러스트=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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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2-19 19:06 수정 2017-12-19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