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재조사
과징금 350억원 안팎 예상
이번에도 거짓 광고 면죄부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재조사해 ‘가습기 메이트’ 제조·판매사인 SK케미칼과 애경을 검찰에 고발키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재조사도 지난해 ‘면죄부 결정’과 같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내용의 신문·잡지 광고를 제외하고 제품 라벨의 기만적 광고행위만을 조사해 논란이 불가피하다.
18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주 SK케미칼과 애경에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두 회사는 가습기 메이트 제품 라벨에 독성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누락한 혐의(기만적 광고행위)를 받는다. 심사보고서에서 공정위는 두 업체를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해 8월 공정위는 같은 사건에 사실상 무혐의인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었다. 지난해 8월 31일부로 공소시효(위법행위로부터 5년까지)가 지나 검찰 고발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재조사에서 공정위는 가습기 메이트의 판매 중단일인 2011년 8월 31일 이후에도 이 제품이 판매됐다는 증거를 찾았다. 최소 2013년 말까지 이 제품이 팔렸다는 매출기록을 찾았다. 공소시효는 그로부터 5년 뒤인 내년 말까지 연장된다는 논리다.
당초 판매 중단 시점 이후에도 팔린 매출 증거가 더해지면서 매출액과 연동되는 두 업체의 예상 과징금 규모는 지난해 조사 때보다 증가한 35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다음 달 전원위원회(위원장 김상조)를 열고 과징금 규모, 검찰 고발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재조사가 지난해 ‘면죄부 결정’ 때 논리 틀을 깨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지난해 공정위에 ‘인체에 무해한 안전한 제품’이라는 신문·잡지의 거짓 광고행위를 신고했었다. 피해자들은 “이런 광고가 2004∼2006년에 이뤄졌고, 이후 중단됐지만 ‘광고 효력’은 판매 종료일까지 이어지므로 공소시효가 2011년에 끝나는 게 아니다”고 지적한다. 이 주장이 인정되면 거짓 광고행위의 공소시효가 연장돼 두 업체는 가습기 메이트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의무’를 진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재조사에서 거짓 광고행위는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판단하고 조사에서 제외했다. 지난 1월 폭스바겐 거짓 광고 제재 시 10년 전인 2007년 광고까지 불법행위에 포함시킨 것과도 배치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송기호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를 봐도 과거 거짓 광고의 공소시효는 살아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단독] ‘가습기 살균제’ 재조사 공정위, 애경·SK케미칼 고발 방침
입력 2017-12-18 18:14 수정 2017-12-18 2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