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집단사망] 3명 다 같은 균 확인 땐 ‘병원감염’ 확률 높아

입력 2017-12-18 18:46 수정 2017-12-18 22:41
이한영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가운데)이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연구소에서 이대목동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 4명의 1차 부검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질병관리본부 “4명 중 3명 세균 감염 정황”

주사기·수액 등 오염 가능성
조산아, 균 감염에 치명적

“로타바이러스가 원인” 제기
‘괴사성 장염’ 사망 가능성도

보건 당국이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 4명 중 3명의 혈액에서 그람 음성균 감염 정황을 발견하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원내 감염일 경우 의료사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3명에게서 동일한 균이 확인된다면 수액이나 주사기 오염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조사 초기단계인 만큼 감염을 사망원인으로 단정짓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3명에게서 동일한 형질의 균이 나온다면 병원 획득 감염을 의심해볼 수 있는데 어떤 루트인지 확인해봐야 한다”며 “세균성 감염이 동시다발로 발생했다는 가정하에 수액이 오염됐을 수 있다는 추정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람 음성균은 외부 환자와 면회객이 많은 병원에서 종종 발견된다. 2012년 주요 대학병원 6곳의 로비에서 실시한 세균 오염도 측정에서 그람 음성균이 전체 76개 시료 중 64개에서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미숙아에게 세균 감염은 치명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방지환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숙아인 데다 중환자실에 있던 아기들이기 때문에 직접적 사망원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로로 감염됐을 가능성도 없진 않다. 방 교수는 “신생아 장 내에 있던 그람 음성균이 혈액으로 침투할 수도 있긴 하다”며 “다만 그랬다면 시간차가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환종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신생아 특성상 모든 루트로 감염이 가능하다”며 “조산아들이기 때문에 (해당 균 감염이) 치명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망한 신생아 4명을 부검한 결과 모두 소·대장이 가스로 팽창해 있는 모습이 관찰됐지만 뚜렷한 사망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양경무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법의조사과장은 “저산소증에 빠져 산소공급이 안 되면 가스가 차기도 하고, 미숙아의 경우 우유를 제대로 먹지 못하기 때문에 장내 세균의 균체 세균 변화로 가스가 찰 수도 있다”며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해당 사실만 놓고 특정 질환을 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로타 바이러스가 원인일 수 있다는 의혹도 계속 제기됐다. 숨진 아기와 같은 중환자실에 있다가 다른 병원으로 옮긴 아기가 로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주장이었다. 이번 사건 전날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로타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기가 있었다. 그러나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로타 바이러스는 설사 증상을 동반하는데 해당 증상이 없던 상황에서 바이러스가 사망까지 이르게 했다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면역력이 약한 미숙아가 사망했다는 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탁 교수는 “드문 일이긴 하지만 4명이 각각 다른 균 감염으로 인해 서로 무관하게 사망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환종 교수도 “흔하진 않지만 각자 기저질환으로 숨졌을 가능성도 없지 않고, 균 감염·저산소증 등 여러 요인과 관계된 괴사성 장염으로 인한 사망도 아주 불가능하진 않다”고 말했다.

임주언 이재연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