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교육 후 성적 하위자 탈락
현행 제도 6년 만에 손질
개정안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
기계적 탈락 부작용 축소 이유
외교관 경쟁력 강화 취지 퇴색
올해 선발자는 전원 임용 전망
형평성 문제 제기될 소지도
사실상 외무고시를 부활시키는 내용의 외무공무원법 개정안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외교관으로 채용할 규모만 국립외교원의 외교관 후보자로 선발하겠다는 게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외교관 후보자로 선발되는 동시에 외교관 임용이 보장되면서 사실상 외무고시 부활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2013년 외무고시를 폐지하고 ‘외교관 후보자 선발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제도 개편의 취지는 경쟁을 통한 정예 외교관 양성이었다. 채용할 인원보다 많은 외교관 후보자를 공개시험으로 뽑아 1년간 국립외교원에서 실무교육을 받게 한 뒤 성적이 하위권인 후보자를 탈락시키는 방식이다. 지난해 말까지 116명이 외교관 후보자로 선발돼 이 중 106명이 5급 외무공무원으로 임용됐다. 현행 외무공무원법은 외교관 후보자 선발 규모를 ‘채용할 인원의 150% 범위 내’로 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후보자 선발 규모를 ‘외무공무원으로 채용할 인원 수’로 정했다. 기계적인 탈락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자는 취지다. 소수점 한두 자릿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상대평가 방식 때문에 교육 과정 전반이 왜곡되는 문제가 불거졌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인 역량과 무관하게 일정 인원을 반드시 탈락시키는 현 제도는 우수한 외교관 양성이라는 국립외교원 설립의 근본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외무고시와 외교관 후보자 선발제도의 가장 큰 차이점인 경쟁 요소가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외무고시가 부활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위 전체회의에서 “당초 외무고시를 폐지한 취지와 의지가 퇴색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런 지적에 공감하면서 “교육 과정에서 경쟁 요인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외교관 선발 제도 개편은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 다만 외통위는 국립외교원의 교육과정이 느슨해질 것이라는 지적을 반영해 개정안에 단서 조항을 달았다. ‘종합 성적이 외교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 이상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가 불과 6년 만에 스스로 제도를 뒤집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탈락자 문제는 2011년 법 개정 당시에도 우려된 사안이다. 당시 외통위 소속 의원이 “탈락 인재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느냐”고 묻자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대책을 만들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형평성 문제도 안고 있다. 올해 후보자 선발 시험에 합격해 국립외교원 입교를 앞둔 5기(43명)는 개정안을 적용받아 모두 임용될 전망이다. 외통위 논의 과정에서 이들이 아직 정규과정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 고려됐다. 그러나 당초 공고대로라면 이 중 2명은 탈락 대상이다.
개정안은 그 대신 지난달 외교원 정규과정을 수료하고 올 연말 임용을 앞둔 4기 후보자에 대해선 이를 소급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조병제 국립외교원장은 “개정안의 취지상 임용 탈락 예정인 2명에게도 적용하는 것이 맞는다”는 주장을 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4기 중 군 복무로 외교원 입교를 미룬 1명은 구제 대상에 포함됐다.
국립외교원 한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립외교원을 통해 외교관을 양성한다는 취지가 퇴색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교육 과정도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다시 ‘고시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판 권지혜 기자 pa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단독] 외무고시 부활?… 외교관 후보자 ‘채용 보장’으로 바꾼다
입력 2017-12-18 18:53 수정 2017-12-18 2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