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일주일 앞두고… IS, 파키스탄 교회에 만행

입력 2017-12-19 00:00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주 퀘타에 위치한 벧엘기념감리교회에서 17일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9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쳤다. 사진은 테러가 발생한 교회 내부 모습. AP뉴시스

성탄절을 일주일 앞두고 파키스탄의 한 교회에서 예배를 위해 모인 기독교 신자들을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은 17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주 퀘타에 위치한 벧엘기념감리교회에서 테러리스트 2명이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켜 최소 9명이 사망하고 5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부상한 이들 중 일부는 중태로 알려져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번 폭탄테러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퀘타 경찰 측은 현장에서 도망친 또 다른 공범 2명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발루치스탄주 당국은 예배가 진행 중이던 교회에 폭탄이 장착된 조끼를 입은 무장괴한 2명이 들이닥쳐 총기를 난사했다고 밝혔다. 난사 이후 테러리스트 중 1명이 교회 본당 입구로 달려가 폭탄을 터뜨렸다. 나머지 1명은 폭탄을 터뜨리기 전 경비원들의 총격을 받고 사살됐다. 주 관계자는 “테러리스트들이 교회 본당으로 들어왔더라면 사상자 수가 더욱 늘어날 뻔했다”고 말했다. 평소 벧엘기념감리교회에 모이는 기독교 신자는 250명가량이지만 성탄절이 가까워진 이날은 평소보다 많은 400여명이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기독교계를 위해 사회·정치적 운동을 펼치고 있는 샤먼 알프레드 길씨는 “사법 당국이 일반 시민들, 그중에서도 소수자를 보호하는 데 처참하게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2월은 기독교 기념행사가 몰려있는 달”이라며 “그래서 전국에 있는 교회에 경비를 더욱 강화해 달라고 정부에 부탁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라고 성토했다. 한 목격자는 “폭탄을 터뜨린 1명은 정문으로, 나머지 3명은 뒷문으로 들어왔다”고 증언했다.

이슬람 신자가 다수인 파키스탄의 기독교도 숫자는 전체 인구 2억여명 중 2% 정도로 약 400만명이다. 그중에서도 발루치스탄주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무력투쟁과 종파 간 갈등으로 유혈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특히 이번 테러는 기독교인의 가장 큰 기념일인 성탄절을 앞두고 일어났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