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지난 7일 발표한 ‘한국사회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들여다볼수록 이상한 점이 발견됩니다.
설문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표본을 추출하는 것입니다. 한기언이 그동안 진행했던 설문을 살펴보니 3년 동안 표본오차가 똑같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매년 개신교인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3%P’, 목회자는 ‘95% 신뢰수준에 ±9.8%P’입니다. 이미 조사기관은 “목회자는 ‘편의표집’ 했기 때문에 표본오차를 밝힌 것 자체가 무의미하고 실수로 자료에 게재됐다”고 했습니다. 이를 전적으로 신뢰할 경우 3년 연속 잘못된 수치가 자료집에 실수로 게재됐다는 말이 됩니다. 무작위 추출했다는 개신교인 표본오차가 연속해 동일할 가능성에 대해 한 언론학과 교수는 “확률에서 발생하기 힘들다. 만약 수치가 사실이라면 무작위 추출이 아니라 편의표집 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기독교 매체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는 이단 교인이 응답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기독교 매체의 ‘신뢰도’ ‘영향력’ ‘가장 복음적인 매체’ ‘가장 많이 보는 매체’를 묻는 질문엔 ‘굿뉴스TV’와 ‘기쁜소식선교회’라는 주관식 답변이 있습니다. 모두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지목한 구원파와 관련된 단체입니다. 응답률은 900명 중 0.2%로 수학적으로 유의미한 수치가 아닙니다. 무의미하다고 볼 수도 있는 수치이죠. 하지만 이 내용은 결과지에 버젓이 기록돼 있습니다. 설문을 의뢰한 한기언이 한 번만 읽어봤어도 찾아낼 수 있었던 부분입니다. 발표 전 찾았다면 무언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을까요.
여전히 한기언은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습니다. “3년째 하는 조사인데 왜 이제 와서 그러느냐” “앞으로 잘하겠다” “우린 모르는 일이고 조사기관에 문의하라”는 답이 대부분입니다. 3년 동안 벌어진 일에 대해선 어떤 설명도 없습니다.
기사가 나간 후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목회세습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통합목회자연대’의 한 관계자는 “설문에서 ‘정당한 절차에 의해 선정된다면 세습을 인정할 수 있다’는 문항이 있는데 이는 세습 찬성을 유도하는 질문이라고 본다”면서 “실제로도 무려 42.6%의 응답자가 세습을 인정한다고 답했다”고 했습니다. 기독교인 대부분이 세습에 대해 절차만 정당하면 문제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입니다. 누가 조사해도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죠. 하지만 설문결과가 힘을 가지려면 표본추출부터 시작해 전 과정이 공정해야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한기언의 이번 설문결과는 많은 고민을 하게 합니다.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설문, 이대로 두는 게 맞는 걸까요. ‘책임 있는 조치’를 또 기다려 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미션 톡!] 한기언 ‘엉터리’ 설문조사 뜯어보니
입력 2017-12-19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