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도 ‘재심’ 시대… 빈도는 농구, 반전은 축구

입력 2017-12-19 05:05

야구 등 비디오판독 신청 빈번

농구, 감독보다 심판 요청 많아
감독들 요청 땐 절반 이상 번복
야구, 삼성의 오심 번복률 최고


야구 축구 농구 등 한국의 3대 프로스포츠 중 비디오판독이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는 종목은 경기 시간이 가장 짧은 농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야구에서 판독을 통해 결과가 가장 많이 바뀐 구단은 삼성 라이온즈였다.

18일 한국프로농구연맹(KBL)에 따르면 개막 후 지난 14일까지 치러진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109경기에서 비디오판독은 219번 이뤄졌다. 경기마다 평균 2차례씩 판독이 발생하는 셈이다. 농구인들은 “좁은 공간 곳곳에서 몸싸움이 잦은 농구의 특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로농구의 비디오판독은 감독의 요청에 따라 시행한 경우보다 심판들 스스로 판정을 되돌아본 경우가 더욱 많았다. 219번 중 감독의 ‘재심 요청’에 따른 것이 84번, 심판들 스스로 비디오판독을 결정한 사례가 135번이었다. 감독들의 요청 때에는 절반을 넘는 44건(52%)에서 판정이 번복됐다. 심판의 자체적인 판독 결정 시에는 번복 사례가 33건(24%)이었다. 전체 번복률은 35.2% 수준이었다.

번복률의 차이는 감독들에게는 비디오판독 요청 회수가 1회로 제한(판정 번복 시 1회 기회 재부여)되지만, 심판들에게는 따로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코트에서 의구심을 보이는 선수들을 달래기 위해 심판들이 스스로 판독을 결정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고 한다. 다만 때로는 심판이 경기를 중단하고 본부석으로 달려가는 이유를 감독·선수가 뒤늦게 알아 문제가 되곤 한다. 잦은 비디오판독이 농구 특유의 맥을 끊고, 팬들의 ‘보는 맛’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비디오판독을 통해 오심을 바로잡은 비중은 3대 스포츠 중 프로축구가 가장 높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126경기가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에서 VAR(축구의 비디오판독 시스템)이 시행된 건 총 64번이다. 이중 43건(67.2%)에서 판정이 번복됐고, 21건(32.8%)은 애초 판정이 유지됐다. 비디오판독으로 다시 따진 건 골의 인정과 취소, 페널티킥의 선언과 취소 등이었다.

프로축구에서는 감독의 비디오판독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경기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VAR이 비디오판독 필요성을 스스로 결정한다. 이 같은 체계에 대해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비디오판독을 시행하는 종목 중 주심의 권위는 축구가 가장 큰 셈”이라고 풀이했다. 사실은 팬의 권위가 가장 높다. 프로축구연맹은 VAR을 내년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시즌 초반 팬들이 대형 오심들을 지적하자 도입 시기를 지난 7월로 앞당겼다.

프로야구는 프로축구와 정반대로 비디오판독을 활용한다. 심판이 아닌 감독의 요청에 따라서만 플레이 영상을 다시 보는 것이다. 프로야구 감독은 번복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경기당 2번의 비디오판독 요청권을 갖는다. 총 720경기가 진행된 2017 타이어뱅크 KBO 프로야구에서 비디오판독은 총 706번 있었다. 이 가운데 220건(31.2%)에서 판정이 번복됐다.

구단별로 살펴보면 삼성 라이온즈(38.2%)의 번복률이 가장 높았다. 삼성은 76차례 비디오판독을 신청해 29차례 번복을 이끌어냈다. 이어 넥센 히어로즈(35.4%), 두산 베어스(33.9%), 한화 이글스(33.3%) 순으로 번복률이 높았다. 번복이 가장 뜸했던 팀은 KT 위즈(24.6%)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