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 등 학자 100여명 ‘세계의 불평등’ 보고서 발표
富의 총량 급격하게 늘었지만
대부분 소수 부자들 ‘잔치’
나라별 정책 따라 차이 극명
한국도 상위 10% 차지 비율
1980년 28.8%→ 2012년 44.9%
교육 불평등·과세 제도가 원인
지난 수십년 간 세계 부(富)의 총량이 급격히 늘었으나 그 증가분은 대부분 소수 부자들에게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0.1% 인구가 가져간 세계 부와 소득 증가분이 하위 50%의 몫과 같다는 연구 결과다. 단 나라별로 펼친 정책에 따라 그 정도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21세기 자본론’ 저자로 유명한 토마 피케티(사진) 파리경제대학 교수를 비롯해 각국 학자 100여명이 참여한 학술 네트워크 ‘세계 부와 소득 데이터베이스(WID)’는 14일(현지시간) 내놓은 ‘세계 불평등 보고서’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에서 지난해까지 전 세계에서 늘어난 부 가운데 27%를 상위 1%인 7600만명이 차지했다. 또 상위 0.1%인 760만명이 차지한 부는 전체의 13%였고 상위 0.001%인 7만6000명의 부는 4%로 파악됐다.
상위 1%의 1인당 실질소득 증가율은 하위 50%의 배에 이르렀다. 하위 소득 인구의 경우 상당수가 중국이나 인도 등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데 힘입어 소득이 늘었지만 중산층에 해당하는 나머지 중위 소득자 40%는 성장률이 0에 가까웠다. 결국 개발도상국의 급격한 성장을 제외하면 소득 상위 인구가 나머지를 쥐어짜 부를 축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평등이 심화된 양상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소득 재분배 정책이 강화된 유럽의 경우 80년에서 최근까지 상위 10%가 차지한 전체 국가소득 비중이 30%대였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는 30%였던 게 40% 후반으로 급증했다. 러시아는 사회주의 국가였던 80년에는 20% 초반이었으나 최근엔 40% 중반이 됐다. 인도는 30% 초반에서 50% 중반으로 훌쩍 늘었다.
한국 역시 80년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28.8%를 차지하던 게 2012년에는 44.9%를 차지해 극심한 불평등 구조를 나타냈다. 상위 1%가 차지하던 비중도 7.5%에서 12.2%로 늘었다.
대륙별로 극명히 대조되는 그룹은 미국과 서유럽이었다. 80년대 두 지역에서 상위 1% 소득이 전체 국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년엔 모두 10% 정도였다. 이 비율은 지난해 서유럽에서 12%로 소폭 증가한 반면 미국에선 20%로 뛰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상위 절반의 소득은 중국과 비슷한 비율로 급증한 반면 나머지 절반의 소득은 1인당 1만6000달러 수준으로 제자리걸음했다. 하위 50%가 전체 국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대에서 13%로 내려갔다.
보고서는 두 지역 간 차이의 상당부분은 교육 불평등과 과세제도에서 기인했다고 봤다. 또한 80∼90년대 임금소득 격차가 악화되다가 2000년대 초부터 완화됐으나 이후엔 자본 소득이 불평등 확대의 핵심 요소가 됐다는 설명이다. 세계 각국이 미국 모델을 추종하면 2050년에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30% 가까이를 점하는 결과를 낳는다. 반면 유럽 모델을 따르면 이 비율은 완만한 하강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해 과세제도를 누진적으로 바꿔 소득 전후의 불평등을 축소하고 상속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불로소득인 자본이득 과세를 강화하는 한편 조세회피 지역에서 자금 은닉을 차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누구나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도 봤다.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단합된 정치적 행동이 없으면 빈부 격차는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37년간 세계 소득 증가분, 상위 0.1%가 하위 50% 몫 차지
입력 2017-12-1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