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분새 4명 잇단 사망… 이대목동병원 “원인 모르겠다”
인큐베이터 치료 중이던 조산아
유족 “배가 볼록 호흡곤란 증세”
경찰, 약물 감식·부검 실시 예정
보건당국, 집기 등 수거 역학조사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16일 저녁 81분 만에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사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신생아에게 주로 발생하는 괴사성 장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염성 질환이 아니어서 동시사망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다. 경찰과 보건당국은 치명적 질환을 유발하는 다른 병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조사 중이다.
신생아 집단사망의 원인은 현재 불분명하다. 신생아 치료와 긴급조치를 담당했던 의사와 간호사들은 1차 경찰 조사에서 “사망 이유를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신생아들이 (사망 당일 오후 면회 때) 배가 볼록하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환아 2명은 최근 괴사성 장염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괴사성 장염은 신생아에게 발생하는 치명적인 장 질환 중 하나로 미숙아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이충훈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그러나 “괴사성 장염은 저산소증을 겪는 미숙아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질환인데 전염병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이경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괴사성 장염은 여러 유발인자가 복합적으로 합쳐져 발생하는 질환”이라며 “특정 전염병이 병동 내 유행해서 괴사성 장염이 집단 발병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신생아 4명이 불과 81분이라는 짧은 시간 사이 연이어 사망한 점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병원 측은 “동시다발적 심정지 사망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짧은 시간 내 4명의 아이가 숨진 것은 병동 규모에 비해 이례적인 일”이라면서도 “상태가 안 좋은 환아들이 모여 있는 신생아 중환자실의 특성상 동시에 두세 명의 심폐소생술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날 오후 11시7분쯤 숨진 신생아의 부모에게 “아이가 2명 이상 죽었다. 중환자실이다. 심폐소생술을 4명의 아이가 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정식 착수했다. 사고 당시 신생아 중환자실에는 미숙 환아 16명이 있었다.
심정지는 16일 오후 5시44분 처음 시작됐다. 병원은 첫 환아에게 약 20분간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아이는 곧 회복됐다. 그러나 오후 7시23분 다른 환아에게 심정지가 발생했다. 8시12분 첫 환아에게 다시 심정지가 발생했고, 오후 9시 정각과 8분에 다른 2명의 환아도 심정지가 발생했다. 병원 측은 심폐소생술을 계속했지만 오후 9시32분부터 오후 10시53분 사이 4명 모두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병원 측이 투여한 약물을 모두 수거해 감식에 나섰다. 18일에는 숨진 신생아 사체를 부검키로 했다. 보건당국도 양천구보건소와 서울시 역학조사반 등으로 조사반을 꾸려 신생아 중환자실 내 각종 집기를 수거하고 의료진의 옷과 손 등에서 검체를 채집하는 등 역학조사에 나섰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신생아 의문의 동시다발 사망… 중환자실 문제 없었나
입력 2017-12-17 19:43 수정 2017-12-17 2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