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외교적 결례 논란
① 中 지도자와 식사 횟수
총리와의 식사 자리 없어
역대 기준 부족한 건 사실
② 첫날 中 지도부 부재
난징대학살 80주년 참석차
베이징 비워… 홀대는 아닌 듯
③ 왕이 외교부장 ‘팔치기’
동선 안내하면서 팔 건드려
악의적으로 보기는 어려워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홀대’ 논란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3박4일간 중국 지도자와의 식사가 단 두 차례뿐이었다는 ‘혼밥’(혼자먹는 밥) 논란과 방중 첫날 중국 지도부의 베이징 부재, 공식 환영식에서 보인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결례 논란이다.
국빈방문은 명확한 의전 프로토콜이 있는 만큼 공식 행사만 가지고 홀대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역대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기준으로 보면 문 대통령의 식사자리가 부족했던 점은 사실이다. 나머지 논란은 확대 해석에 가깝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노태우 전 대통령은 같은 해 9월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방문했다. 양상쿤(楊尙昆) 당시 국가주석과 만찬을, 리펑(李鵬) 총리 및 황궈 상하이 시장과 각각 오찬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4년 3월(4박5일) 방문해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리 총리, 황 시장과 각각 만찬을 가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11월(3박4일) 중국을 찾아 장쩌민 주석, 주룽지(朱鎔基) 총리와 만찬을 가졌다. 2003년 7월(3박4일) 방중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한정(韓正) 상하이 시장과 만찬을 함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두 차례 중국을 국빈방문했다. 2008년 5월(3박4일)에는 후진타오 주석·원자바오 총리·산둥성 지도자, 2012년 1월(2박3일) 2차 방중에선 후진타오 주석·원자바오 총리와 만찬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6월(3박4일)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오·만찬,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만찬, 산시성 당서기와 만찬을 했다.
역대 대통령은 주석·총리·지방 지도부와 한 차례씩 식사를 했다. 문 대통령의 경우 총리와의 식사가 없었다. 김대중·이명박 전 대통령(2차)은 두 차례 식사에 그쳤지만 주석·총리와의 식사여서 문 대통령보다는 격이 높았다. 한 전직 외교부 차관은 “문 대통령이 홀대받은 건 맞는 것 같다”며 “일반적으로 국빈으로 초청해 놓고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홀대 논란은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혼밥 비판에는 “국민감정을 건드리는 문제”라며 반박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다른 중요한 이슈가 굉장히 많았는데 혼밥 문제가 불거지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방중 첫날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도식 참석으로 베이징을 비운 것은 중요한 국내 정치 일정인 만큼 이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다수다. 다만 굳이 그날을 방중일로 택한 게 문제라는 비판은 가능하다. 다른 외교부 전직 관료는 “임기 중 한 번뿐인 국빈방문은 시점이 좋을 때 가는 것인데, 왜 그날 갔는지 불가사의하다”고 말했다.
왕이 외교부장이 공식 환영식에서 문 대통령의 팔을 건드리면서 불거진 결례 논란은 확대 해석됐다는 의견이 많다. 문 대통령이 먼저 인사하며 팔을 쓰다듬은 뒤 왕이 부장이 동선을 안내하면서 팔을 건드린 것이어서 악의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을 수행했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인이 시 주석과 악수하며 팔을 쓰다듬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같은 행동인데 중국 내부에선 아무도 문제삼지 않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홀대 논란은 10·31 한·중 관계 정상화 합의 이후 국민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현실은 그에 미치지 못한 상황 탓에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강준구 문동성 기자 eyes@kmib.co.kr
[팩트검증] 文대통령의 ‘혼밥’… 홀대? 관례?
입력 2017-12-1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