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당국이 ‘암호화폐(가상화폐) 과세’ 딜레마에 빠졌다. 가상화폐 거래를 과세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입장까진 도달했지만 방법론에서 막혔다. 양도소득세나 부가가치세, 거래세 중에서 무엇을 적용할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기상화폐를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7일 “가상화폐 과세 방안을 논의할 민·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자는 내용의 초안을 마련했다. 내년 초에 첫 TF 회의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 TF는 기재부와 국세청, 가상화폐 전문가로 구성된다. 기존 세제를 중심으로 과세 방법을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가 가상화폐를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적용할 세목이 달라진다. 다만 정부는 크게 세 가지로 논의를 압축하고 있다. 재화를 구입할 때 매기는 부가세, 보유한 재화의 거래라고 판단해 부과하는 양도세, 금융거래로 보고 과세하는 거래세가 그것이다.
하지만 제도적 난관이 있다. 부가세는 중복 적용 논란을 피할 시스템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법정화폐를 가상화폐로 바꾼 뒤 재화를 구매할 경우 판매자는 가상화폐로 법정화폐를 사들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가세를 유발하는 ‘판매 행위’가 두 번 일어난다. 이중과세가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독일 호주 등은 가상화폐에 부가세를 매기지 않기로 방침을 바꿨다. 유럽사법재판소도 최근 부가세 면세 대상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양도세는 현재 시스템으로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게 걸림돌이다. 가상화폐는 공식 관리기구가 없는 데다 거래 정보는 블록체인 방식으로 개인이 분산 저장·처리한다. 누가 판매자이고, 누가 구매자인지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동산처럼 거래자가 명확해야 양도세를 매길 수 있다”며 “현행 제도만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거래세처럼 거래를 할 때 세금을 부과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가장 유력한 방식이지만, 이렇게 되면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는 게 된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가상화폐는 화폐나 금융상품이 아니다”는 입장이다.세종=신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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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과세 딜레마’… 양도·거래·부가세 적용 “쉽지 않네”
입력 2017-12-1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