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제적… 80년에 퇴학 당해
2015년 물대포 맞고 작년 사망
16일 중앙대서 명예학사 학위
딸 “하늘에서 기뻐하실 것”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숨진 농민 백남기씨가 모교인 중앙대에서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민주화운동을 하다 제적당한 지 37년 만이다.
중앙대는 16일 오후 대학원 건물 5층 회의실에서 ‘고 백남기 동문 명예학사학위 수여식’을 열었다. 수여식에는 부인 박경숙씨와 큰딸 백도라지씨,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노웅래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교수와 학생 등이 참석했다. 참여연대, 가톨릭농민회, 전국농민총연맹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김창수 중앙대 총장은 “재학 시절 엄혹한 시대상황에서 백 동문이 보여준 의로운 행동은 학교의 역사와 전설로 기록됐다”며 “백 동문을 비롯해 당시 제적의 고통을 당한 여러 동문께 학교 구성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백씨는 1980년 전두환·노태우 신군부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하다 계엄군에게 체포됐다. 5·17 계엄포고령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모교에서 퇴학 처분을 받았다.
김 부총리는 “고인을 백남기 농부 열사로 불러드리고자 한다. 그의 의로운 희생은 촛불혁명과 문재인정부 탄생으로 이어졌다”며 “고인은 우리 곁을 떠나갔지만 정신은 옆에서 숨 쉬고 있다. 나부터 고인의 정신을 이어가겠다”며 고인을 기렸다.
백씨를 대신해 명예졸업증서와 공로패를 받은 백도라지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아버지께 졸업장 받는 기분을 여쭤볼 수는 없지만 아마 하늘에서 기뻐하실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1947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난 백씨는 광주서중과 광주고를 졸업한 뒤 1968년 중앙대 행정학과에 입학했다. 박정희 독재정권 하에서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그는 두 차례 제적당했다가 1980년 복학했다. 1981년 감옥에서 풀려난 뒤 고향으로 돌아가 가톨릭농민회 전남연합회장과 전국 부회장을 역임하며 농민운동에 앞장섰다. 백씨는 2015년 11월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했다가 사용 규정을 어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었다. 서울대병원에서 317일 동안 투병했으나 지난해 9월 25일 숨졌다. 정부는 지난 9월 19일 백씨 사망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故백남기씨, 49년만에 ‘눈물의 학사모’
입력 2017-12-17 2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