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적 행동
지속적 중단 있어야”
中·러에 대북 압박 주문
北 “우리는 핵보유국
비확산 의무 이행할 것”
美와 군축협상 겨냥 발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석해 “북한과 대화가 이뤄지기 전에 위협적인 행동의 지속적 중단이 있어야 한다”며 “북한은 스스로 노력해서 대화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earn its way back to table)”고 밝혔다. 지난 12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워싱턴DC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조건 없는 북·미 대화’를 제안한 지 사흘 만에 사실상 이를 철회한 것이다. 특히 사전 배포된 원고에는 ‘조건 없는 북·미 대화’ 표현이 들어 있었으나 실제 연설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틸러슨 장관은 유엔 안보리가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한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외교적 압박은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될 때까지 지속돼야 한다”며 “미국은 북한 정권이 세계를 인질로 잡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보다 제재와 압박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안보리 결의 이상의 대북 압박을 주문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해외 노동자를 고용하는 러시아가 평화를 위한 파트너인지 의문”이라고 말했고,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지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북한 노동자 고용과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하라는 요구다.
뉴욕타임스는 틸러슨 장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 철회가 ‘명백한 유턴’이라고 규정했고, 워싱턴포스트는 “틸러슨 장관이 주초 발언에서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사도 안보리 회의에 나와 “북한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며 틸러슨 장관에게 맞섰다. 자 대사는 “북한은 핵무기와 관련된 기술의 불법적인 이전을 막을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을 향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뒤 군축협상을 벌이자고 제안한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사무총장은 같은 회의에서 “남북 간 채널을 포함해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즉각 복구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현 외교부 2차관도 회의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남북대화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북한에 올림픽 참가를 요청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로부터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북한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뒤 즉답을 피했다. 그는 이어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북핵 문제로 통화한 사실을 거론하며 “러시아는 북한 문제에 있어 우리를 돕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틸러슨 “北 스스로 대화 테이블 돌아와야”… ‘무조건 대화’ 철회
입력 2017-12-17 19:22 수정 2017-12-17 2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