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방송서도 “가즈아~”… ‘잡(雜)코인’ 투자 부추겨

입력 2017-12-18 05:06

BJ들, 특정 가상화폐 지칭
사실상 투자자문… 규제 사각
변동성 커 손실 다반사


“오늘 다들 수익 대박 나세요. 가즈아∼.”

17일 한 암호화폐(가상화폐) 인터넷방송에서 BJ(개인방송 진행자)가 이렇게 외치자 시청자들도 채팅방에 “가즈아”라고 쓰기 시작했다. ‘가즈아’는 ‘가자’를 뜻하는 신조어다. 인터넷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에는 하루에도 이런 가상화폐 투자 방송이 수십 개 열린다. 인기 방송에는 5000명이 넘는 시청자가 몰린다.

BJ들은 자신의 가상화폐 투자법을 시청자와 공유한다. 주로 ‘잡(雜)코인’(거래가 많지 않은 군소 가상화폐) 투자를 진행한다. 이런 가상화폐들은 가격 변동성이 커 일반투자자는 함부로 접근했다가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던 직장인 이모(32)씨도 인터넷방송을 보고 잡코인 투자에 손을 댔다가 손해를 봤다. 주말에 진행되는 방송을 지켜보면서 들인 시간도 만만치 않다.

BJ들은 방송 화면에 “투자 결과는 개인 책임이고, 절대 BJ 말만 듣고 투자하지 말라” 등의 경고문구를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가상화폐를 지칭하며 “차트가 너무 예쁘다” “다 좋다” “매수하신 분들 축하드립니다”라고 말하는 등 사실상 투자자문 행위를 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BJ들이 최저점에서 잡코인을 사면 시청자들이 따라서 매수를 하고, 가격이 오르면 BJ들이 팔아 차익을 남긴다고 의심한다. BJ들의 매매 시점과 방송 화면은 시간차가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추격매수를 해도 손해를 보기 쉬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가상화폐는 금융투자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개인방송도 정부 규제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다. 주식 방송의 경우 유사투자자문업자로 금융 당국에 신고를 하고 방송을 해야 한다.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해 불법행위를 하는지 금융감독원이 점검도 한다. 반면 가상화폐 BJ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에서 향후 규제 방안이 나올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기상화폐가 금융상품이 아니라서 방송 행위에 관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