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는 특정 인종이나 국적 종교 성별 등을 이유로 타인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발언을 말한다. 일본의 경우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재일 한국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가 극심했다. 헤이트 스피치는 일본 거주 마이너리티(소수자)에 대한 전형적 차별 행위이기도 하다. 최근 일본 내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차별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심 있는 일본 시민과 단체 등은 이들 마이너리티와 연대하며 차별에 맞서고 있다.
지난 15일 도쿄 와세다대 인근 마이너리티선교센터에서 만난 데이비드 매킨토시(57) 선교사도 차별받는 일본 내 마이너리티를 위해 일하는 외국인이다. 선교센터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생후 11개월 때 선교사였던 부모를 따라 일본으로 왔다. 중학교 때까지 일본 학교를 다닌 그는 일본어를 현지인처럼 구사한다. 그는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며 한국인은 잘 모르는 일본 내 마이너리티를 소개했다.
“일본에서 차별을 받는 사람은 재일 한국인뿐만이 아닙니다. 과거 천민 계급이었던 부라쿠민(部落民), 홋카이도(北海道)에 모여 사는 선주민(先住民) 아이누족, 남미 출신 일본인 2세들, 외국인 노동자, 농어촌 남성들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 장애인, 주일미군 때문에 고통받는 오키나와 주민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습니다.”
그는 “부라쿠민의 경우 일본 사회에 뿌리 깊은 차별의 역사가 존재해 왔다”며 “아직도 일본 가정에서는 자식들이 결혼할 때 양쪽 집안에 부라쿠민이 있는지 조사하는 관습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에 대해서도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조총련 학교나 재일동포에 대한 혐오 발언은 여전하다. 일본 공기에 떠다닐 정도”라고 말했다.
선교센터는 마이너리티가 처한 차별 현실을 일본 사회에 알리는 한편, 호주 미국 캐나다 등 해외 교회와 연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국회를 향해서도 인종차별 철폐 기본법이나 외국인 주민 기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매킨토시 선교사는 “선교센터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포럼이 개최되고 강연이나 영화상영회, 기도회 등이 활발한 편”이라며 “마이너리티 문제에 대한 신학연구나 성경공부를 통해 화해를 추구하는 신앙을 고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교센터는 올 4월 재일대한기독교회와 일본기독교단 등 9개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설립됐다. 인종주의와의 싸움, 청년 프로그램 개최, 화해와 평화를 지향하는 영성 개발, 일본교회와 세계교회의 적극적인 협력 등을 주요 사업으로 정해놓고 있다.
매킨토시 선교사는 자신이 이 일을 하는 것은 부친과도 관련이 있다고 했다. 부친은 존 매킨토시 선교사로 1961년 일본 내 한국인 선교를 위해 캐나다장로교회에서 파송됐다. 당시 25세였던 존 선교사는 오사카와 교토를 중심으로 40년을 활동하며 재일 한국인 편에 섰다.
존 선교사는 특히 1970년대 지문 날인에 반대해 일본 정부로부터 추방당했다가 재판에서 승소한 적도 있었다. 이 일은 재일 한국인 사이에서는 유명한 일화로 전해진다. 존 선교사는 65세에 캐나다로 귀국, 1년 후 별세했다. 캐나다 한인들은 존 선교사의 유해 일부를 토론토한인장로교회(손명수 목사 시무)에 묻어 기념비를 세우고 그의 한국인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
매킨토시 선교사는 “아버지를 파송했던 캐나다장로교회는 일본 내 재일동포 선교를 위해 1927년부터 지금까지 사역해온 교단”이라며 “나는 부친이 보여준 사랑의 정신을 가지고 마이너리티 선교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세계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으며 사람들의 관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상처받은 세상을 치유하는 공동체가 돼 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아버지인 존 선교사가 가장 좋아했다는 성경 구절을 읽어줬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미 6:8)
도쿄=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미션 인 재팬] “재일 한인 위해 싸운 부친의 뜻 이어갑니다”
입력 2017-12-18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