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례’ 피해 입국한 10대 여성 대법원 “난민 지위 인정해야”

입력 2017-12-17 18:49
‘여성 할례’를 피해 도망친 10대 아프리카인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여성 할례는 종교·문화적 이유로 생식기를 절개하는 악습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라이베리아 공화국 국적의 A양(15)이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난민 지위를 인정해 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가나 난민촌에서 태어난 A양은 라이베리아 내전이 한창이던 2012년 3월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 입국해 난민신청을 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난민 자격을 인정하지 않자 A양 어머니는 “A양이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할례를 받아야 해서 박해의 위험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라이베리아 공화국 일부에서 할례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박해에 대한 공포가 충분히 인정되지 않는다. 국내 정세 안정으로 자국 정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A양 나이와 성장 환경, 그 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여성 할례 현황, 본국을 떠나게 된 경위 등 개별적·구체적 위험을 살펴보지 않은 원심 판단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