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선진 민주국가가 되려면 국가 운영체계를 지방분권 국가로 탈바꿈시켜야 합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18일 도청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분권이 돼야 온전한 지방자치가 가능하고 대한민국이 선진 민주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지역발전과 국가의 번영을 위해 지방분권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며 “지방분권 개헌은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절박한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다수 국민이 개헌에 찬성하고 정부·국회·지방에서도 개헌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며 “개헌 논의를 오래 끌면 끌수록 국민은 물론 정부에도 부담과 피로감만 누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급변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국가 운영체계가 신축적이어야 하고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중앙집권 체제와 단일성보다는 지방분권 체제와 다양성이 우월하다는 것은 민주주의 역사를 통해 이미 검증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추진과제로 지역대표형 상원제 도입, 자치입법권·자치재정권·자치행정권 등의 헌법상 권리 규정 등을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단원제 국회이고 국회의원 정수 배분기준이 인구수 중심이어서 수도권과 도시에 의원들이 편중돼 있다고 이 지사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그는 지방 의견이 중앙에 좀 더 정확히 반영되도록 양원제를 도입해 상원을 지역대표형으로 구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상원제가 도입될 경우 국회가 이원화돼 국민의 정치참여 기회 확대 및 감시기능 강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단원제 국회는 속성상 중앙집권적인 사고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지방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인 만큼 개헌에 반드시 양원제가 포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민 직선에 의한 하원과 상원으로 국회를 구성해 지방의 국정참여를 보장해야하며 지역의 이해와 관련된 의안은 상원에서 논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지사는 더불어 지방에 입법권을 부여하고 과세의 자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1991년 청주시는 주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정보공개 조례를 제정했다. 정부는 청주시가 법에 없는 일을 했다고 반발했지만 대법원은 청주시 손을 들어 줬고 결국 1996년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청주시가 조례를 제정한 지 26년이 지난 지금도 입법권은 여전히 국회와 정부가 독점하고 있다. 그는 “현재 지자체는 국회와 정부가 독점한 법령의 범위를 벗어나서 지역특성에 맞는 시책을 발굴하고 제도화할 수 없다”며 “급변하는 행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선 지방에 입법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충북도는 매년 반복 발생하는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올해 시·도 중 처음으로 겨울철 오리사육 휴지기제를 전격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부족한 재정 형편상 일부 농가만 선별해서 추진하고 있다. 더 확대하려면 국비를 받아와야 하는데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이 지사는 “지방자치가 어느 정도 성숙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온전한 지방자치와는 거리가 멀다”며 “입법권은 철저히 중앙정부와 국회가 독점하고 있고 국세와 지방세 비중은 8대2 정도로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아무런 사업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세와 지방세 비중 8대2 구조를 6대4까지 바꿔야 한다”며 “국세와 지방세 종류를 재조정하고 지방에 과세 자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정 헌법에는 지방분권국가로서의 의지가 천명돼야 한다”며 “개헌 내용은 중앙권력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지보다 지방분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분권이 잘 돼 있으면 내각제든 대통령제든 그것은 문제가 안 된다”며 “지방분권만 되면 대통령제가 됐든 내각제가 됐든 둘 다 정답이고 지방분권이 안 된 상태에서는 대통령제가 됐든 내각제가 됐든 둘 다 오답”이라고 부연했다.
이 지사는 “국가는 국방이나 외교, 금융과 같이 국가가 나서야 해결할 수 있는 생활의 큰 문제에 집중해야 국가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며 “생활의 작은 문제들은 지방으로 넘겨야 지방도 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에선 인구변화, 소득 양극화, 남북 관계, 급속한 과학기술 발달, 복잡한 국제정세 등의 문제 어느 하나도 녹록지가 않다”며 “이 난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대한민국이 선진민주국가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대한민국을 온전한 지방자치가 실현되는 지방분권 국가로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들을 더 이상 중앙정부의 도움 없이는 행동할 수 없는 능력부족자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지사는 “정부와 정치권의 개헌논의 우선순위에서는 기본권과 통치구조에 비해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에 대한 관심이 약해지는 것 같다”고 우려한 뒤 “정부에서 지방분권 개헌을 약속한 만큼 이번 기회에 실질적인 지방분권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충북은 '지방 분권 행동대장'
충북도는 전국 광역지자체 중 처음으로 지난 3∼4월 지방분권촉진협의회와 지방분권촉진센터를 설립하는 등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 실현을 위한 '행동대장'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충북도 국토균형발전 및 지방분권촉진에 관한 조례도 제정했다.
상시 민간 기구인 지방분권촉진센터는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정책개발과 조사 연구, 도민 참여와 자치역량 강화, 수도권 규제완화 등 국토균형발전 관련 현안 대응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 방향 제시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고 대정부 지방분권 촉구 결의문 등을 채택하기도 했다.
현재는 지난 10월 출범한 '지방분권개헌 충북회의'(이하 충북회의)를 중심으로 지방분권 개헌을 촉구하고 있다. 충북회의에는 균형발전지방분권 충북본부, 충북도국토균형발전 및 지방분권촉진협의회, 도의회, 충북시장군수협의회, 충북시군의회의장협의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충북회의는 정책토론회와 세미나, 워크숍 등을 통해 지방분권 개헌을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충북회의는 출범 선언문에서 "지방분권 개헌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사명"이라고 밝혔다. 오래되고 낡은 중앙집권체제가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지방자치를 말살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충북회의는 또 "헌법에 지방분권 국가임을 명시하고, 자치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주민 투표제, 주민 소환제 등을 확대·강화하고 지방에 행정권, 입법권, 재정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충북의 기초단체장들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홍성열 증평군수와 이근규 제천시장, 송기섭 진천군수 등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과 지방 간 세수 구조 불균형 등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국가재정 의존화가 갈수록 커지고 지방 재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의 입법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배제된 채 국가 사업비를 지방정부에 일방적으로 전가하는가 하면 국가정책 시행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러면서 "지역 주민과 지방정부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입법·행정·재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헌법으로는 우리 사회의 당면한 난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지방분권 시대를 준비한다] 이시종 충북지사 “지방 목소리 반영되도록 지역대표형 상원제 도입해야”
입력 2017-12-18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