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통신위 폐기안 통과
공공재 아닌 서비스로 간주
통신사 환호… 구글 등 반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14일(현지시간) 인터넷 사용량과 관련해 요금 등의 차별 적용을 규제한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정책을 폐기했다. 미국이 인터넷 규제의 글로벌 대원칙을 흔들면서 각국 정책 및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전반에 변화가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들은 FCC가 망 중립성 정책 폐기안을 표결에 부쳐 3대 2로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5명의 위원 중 공화당 추천 인사 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대형통신사 버라이즌 출신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은 “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로 돌아가 소비자를 돕고 경쟁을 촉진시키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 즉 통신사가 데이터 트래픽에 따라 이용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기반한다. 인터넷을 수도나 전기 같은 공공서비스로 보는 관점이 깔려 있다. 때문에 망 중립성 정책은 상대적으로 막대한 트래픽을 야기하는 서비스 기업이나 이용자에 대해서도 망 봉쇄나 속도 제한 등 차별을 둘 수 없도록 해왔다.
이번 폐기 결정은 향후 ISP를 공공재가 아니라 일종의 ‘서비스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선언이다. 공화당은 소비자들이 더 많은 선택권으로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수 성향 매체 WSJ도 “케이블 사업자와 통신사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 소비자의 온라인 경험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가장 큰 수혜자는 컴캐스트, 버라이즌, AT&T 등 미국 내 대형 통신사들이다. 자체 서비스를 포함해 선호하는 이용자에게 제공할 고속 회선을 개설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정부는 규제 완화로 통신사들의 망 투자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망을 이용해 콘텐츠사업을 하는 회사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만 한국 정부는 기존의 망 중립성 원칙을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송재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미국 정책이 글로벌 트렌드는 아니기 때문에 국내 통신정책에는 당장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내심 미국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급증하는 데이터 수요에 맞춰 통신망 투자를 하기 위해선 인터넷 업체도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네이버, 카카오 등이 속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온라인 콘텐츠사업이 통신사 중심으로 재편돼 인터넷 업체의 자율성이 침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정건희 오주환 기자 moderato@kmib.co.kr
美 ‘망 중립성’ 폐기… 인터넷 시대 기본 룰 바뀌나
입력 2017-12-15 19:33 수정 2017-12-15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