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 내년부터 1인 1계좌만 허용

입력 2017-12-15 19:00

협회 준비위, 자율 규제안 발표

자기자본 20억 넘어야 회원 인정
고객 예치금 전액 금융사 예치
온·오프라인 민원센터 의무화

정부 개입 아닌 업계 ‘셀프 규제’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들이 내년부터 1인 1계좌만 거래를 허용하는 등의 자율규제안을 내놓았다. 거래소 난립 우려를 피하기 위해 자기자본 20억원 이상을 확보해야 또 다른 거래소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또 투기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당분간 신규 가상화폐 등록은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는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장을 빌려 이 같은 내용의 가상화폐 거래소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본인 확인 과정을 강화하는 동시에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가상계좌 개설을 딱 1개로 제한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투자자 보호장치도 마련해 고객의 원화 예치금은 100% 금융회사에 예치하자고 결의했다. 고객 자산과 보유 자산을 구분하는 것은 남의 돈을 가져와 일하는 금융업, 그중에서도 거래소와 신탁업의 기본이다.

거래소 회원 요건도 강화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운영 회사는 자기자본을 20억원 이상 보유하도록 명기했고, 금융업에 준하는 정보보안 시스템과 인력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고객 민원을 응대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민원센터 설치도 의무화했다.

협회는 자율규제안 외에 공동선언문도 발표했다. 이들은 “투기심리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 과도한 마케팅과 광고를 당분간 중단한다”고 외쳤다. 단 경품 제공과 프로모션 광고는 중단하되 기업 이미지 신뢰성 강조 광고는 예외라고 했다.

협회가 자율규제안에 선언문까지 들고나온 건 가상화폐 투기 논란의 중심에 불투명한 거래소 운영이 있기 때문이다. 협회에는 빗썸 코인원 코빗 등 14개 회사가 참여했는데, 이들조차 예고 없는 거래정지, 접속 장애, 개인정보유출 등으로 투자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자본금 20억원이란 요건을 만들긴 했지만 사행산업 자본 침투 우려가 나오는 사설 거래소 난립 우려도 여전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래소 운영에 대한 감시를 정부 규제가 아닌 업계 자율로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우려스럽다”라며 “사설 거래소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