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1954년 3월 7일 일본 도쿄 메이지신궁 경기장에서 숙명의 한·일 축구 라이벌전이 시작됐다. 1954 스위스월드컵 예선으로 치러진 이 경기에서 한국은 5대 1 대승을 거뒀다. 이후 한·일전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패배의 여파는 엄청났다. 2005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은 일본전에서 패해 2무 1패로 최하위에 그쳤다. 이미 2006 독일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조 본프레레 감독은 비난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경질됐다. 또 2011년 8월 조광래 감독은 일본전에서 0대 3으로 패해 역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이제 신태용 감독이 처음으로 운명의 한·일전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 16일 오후 7시 15분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3차전에서 일본과 맞붙는다. 현재 일본이 2연승으로 1위(승점 6)에 올라 있고, 한국은 2위(1승 1무·승점 4)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반드시 이겨야 사상 첫 대회 2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신 감독은 15일 아지노모토 스타디움 보조구장에서 훈련을 지휘하기 전 취재진을 만나 “한·일전은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며 “일본이 세밀한 축구를 잘하는데, 어제 그 부분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논의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 사령탑 시절이던 2016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일본에 2대 3 역전패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그때는 대회 우승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지금은 토너먼트 우승과 준우승이 걸려 있다. 당시 일본에 패했던 기억을 되살려 이번에는 두 번 다시 실수를 하면 안 된다”고 전의를 다졌다.
하지만 일본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한국은 2010년 5월 24일 치른 평가전(2대 0 승) 이후 일본을 상대로 3무 2패를 기록하며 약 7년간 한 차례도 이기지 못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패스 플레이보다 일대일 상황에서 이기는 강한 정신력, 팀플레이를 강조하며 일본 축구의 체질을 바꿔 놓았다. 일본은 이번에 정상 전력이 아님에도 새로운 선수들을 대거 발탁해 1, 2차전에서 북한과 중국을 각각 1대 0, 2대 1로 제압하는 등 경기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았다. 특히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력을 발휘한 점이 인상적이다.
한편 ‘윤덕여호’는 이날 지바 소가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중국과의 대회 최종전에서 1대 3으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2008년 중국 대회 이후 10년 만에 3연패를 당하며 꼴찌로 떨어졌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신태용호, 러월드컵 앞두고 입지 다져야 하는데… 운명의 한·일전 이겨야 순항
입력 2017-12-15 19:51 수정 2017-12-15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