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조세행정… 교계 ‘조세 저항’ 경고

입력 2017-12-15 00:01
국세청이 최근 각 종교단체에 보낸 ‘종교인소득에 대한 신고 안내문’에 원천세 반기별 납부 신청 방법이 설명돼 있다.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입법예고돼 있는 ‘원천세 반기별 납부 특례’는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돼야 법적 효력을 지닌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종교인 과세를 앞두고 정부부처와 실무를 담당하는 세무 당국 간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국세청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아직 공포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안 확정을 전제로 전국 일선 세무서를 통해 ‘종교인소득 신고 안내문’을 종교인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국세청에 따르면 일선 세무서 명의로 보낸 종교인소득 신고 안내문은 ‘원천세 반기별 납부 신청 안내’ 내용을 담고 있다. 이달 31일까지 근로소득이나 기타소득(종교인소득)으로 선택해 신청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현행 시행령은 상시고용인원이 20명 이하일 경우에만 반기별 납부를 신청할 수 있게 돼 있다.

기획재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에는 종교단체에 대해 상시인원 규모와 관계없이 반기별 납부를 신청할 수 있게 돼 있으나 아직 국무회의를 거치지 않아 개정안은 효력이 없는 상태다. 확정되지 않은 제도를 종교인들에게 안내한 셈이다.

각 교단에는 안내문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대신 총회 관계자는 “교회 목회자들이 과세안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헷갈린다는 문의를 하고 있다”면서 “기재부 매뉴얼도 나오지 않았는데 무작정 안내문을 뿌리면 뒷감당을 누가 할 것이냐”고 토로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원천세 반기별 납부의 경우, 현재 논란이 없는 상태라 그대로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미리 안내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일선 행정기관은 입법예고 기한(14일)과 차관회의(21일), 국무회의(26일) 등 시행령 개정 절차를 예견하고 업무를 진행하는 와중에 갑작스럽게 이낙연 국무총리의 과세안 보완 지시(국민일보 12월 13일자 29면 참조)가 내려가는 등 조세행정이 꼬일 대로 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한국교회 주요 연합기관과 전국 17개 광역 시·도 기독교연합회는 이 총리의 ‘종교인 과세 보완’ 발언과 관련, “시행령 개정안 재검토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134개 국내 교단 등이 동참한 이들 교계단체는 성명에서 “종교인 개인소득이 아닌 종교 본연의 사역비에 해당하는 종교활동비를 비과세로 한 시행령 개정안은 모법에 충실한 것”이라며 “종교활동비에 대해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소득세법의 상위법인 헌법에 나오는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종교인소득이 종교인이 소속된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소득이라면 세무조사도 종교인의 개인 소득에 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해 종교의 존엄성에 상처를 주거나 모법을 위반한 시행령 개정이 자행된다면 위헌심사의 대상이 됨은 물론이고 심각한 정교갈등과 함께 강력한 조세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자창 백상현 기자, 세종=신준섭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