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일시 점검” 해명에도
투자자들 집단소송 태세
옐런 “가상화폐는 매우
투기적인 자산” 경고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점검을 위한 거래 정지로 투자자들의 소송에 직면했다. 불안한 거래소 인프라와 정부의 투기근절 방침에도 불구하고 투기자본은 계속 늘며 은밀해지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14일 “일부 가상화폐 가격이 많이 오른 탓에 13일 거래액이 4조6000억원으로 평소 일거래량(약 1조원)보다 4∼5배 증가했다”며 “서버가 다운되기 전에 일시 점검에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빗썸은 전날 오후 8시10분부터 30분간 일시점검을 위해 거래를 정지했다.
최근 3개월간 200원대의 가격을 유지하던 가상화폐 리플은 13일 오전 300원대에 들어선 후 급등세를 보여 오후엔 600원까지 뛰었다. 하루에 배 넘게 오른 것이다. 새롭게 상장한 가상화폐 ‘이오스(EOS)’도 3시간 만에 49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급등하며 거래량 폭주에 일조했다.
문제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별도의 공지 없이 거래를 정지했다는 점이다.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은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2일에도 특정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는 도중 빗썸의 서버가 다운됐다. 매도 시점을 놓쳐 손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은 지난 4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빗썸은 지난 4월 고객 3만6487명 이상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해, 이달 12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과징금 4350만원, 과태료 1500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빗썸 관계자는 “서버 안정성을 갖추기 위해 올해 연말까지 기존 서버를 5배로 늘리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전날엔 정부의 가상화폐 긴급대책 보도자료가 공식 발표보다 2시간40분이나 앞서 유출되는 일도 발생했다. 이와 관련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용납될 수 없다”며 “반드시 밝혀내서 엄단하고 다시는 그런 사람들이 공직을 무대로 딴 짓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안한 인프라와 투기과열을 막으려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투기는 계속 되고 있다. 가상화폐에 투자한 A씨(30)는 지난 13일 정부가 긴급회의를 소집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정보전을 벌였다. 지인·친인척인 공무원, 기자, 금융사 직원 등을 통해 정부의 규제방안을 수소문했고 정부 발표와 동시에 해당 보도자료 원본을 입수했다. 최근 대기업에 합격한 B씨(25)는 “얼마 전 회사 오리엔테이션에 다녀왔는데 참석한 이들 중 상당수가 스마트폰으로 가상화폐 차트만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가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도 계속됐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에서 “(가상화폐는)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며,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가상화폐 도입에 따른) 이익과 필요성은 제한적인 반면 도입에 따른 우려는 현저하다”며 “연준이 가까운 시일 내 가상화폐를 도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홍석호 안규영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빗썸’ 공지 없이 거래 정지 ‘말썽’
입력 2017-12-15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