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클레지오 “서울은 이야기가 많은 상상력의 도시”

입력 2017-12-14 21:01
신작 ‘빛나-서울 하늘 아래’를 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르 클레지오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곽경근 선임기자

한국 소재 두 번째 소설 '빛나-서울 하늘 아래' 출간 기자간담회

비둘기 기르는 실향민·비혼모…
5가지 이야기 옴니버스처럼 담아

“서울은 살기 어려운 도시지만
주인공처럼 빛을 내는 존재 되길”

20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77)가 서울을 배경으로 한 신작 소설 ‘빛나-서울 하늘 아래’(서울셀렉션)를 출간했다.

클레지오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은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상상력의 도시”라며 “주인공 소녀 빛나를 통해 내가 듣고 본 서울의 이야기를 소설로 엮었다”고 말했다. 2001년 대산문화재단 초청으로 처음 방한한 클레지오는 이후 한국을 자주 왕래해 왔다.

2007년부터 1년간 이화여대 초빙교수를 지낸 그는 독학으로 한글을 깨쳤고 혼자 한국 곳곳을 여행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남산 한강 신촌 등은 클레지오가 모두 버스나 지하철로 직접 가본 곳이라고 한다. 3년 전에는 제주도 해녀를 소재로 한 소설 ‘폭풍우’를 출간했다. 이번 소설 출간으로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2권을 쓴 이례적인 외국 작가가 됐다.

‘빛나-서울 하늘 아래’는 주인공이 불치병에 걸린 여인에게 서울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클레지오는 “남한으로 피난 온 여성이 비둘기를 기르면서 ‘언젠가 이 비둘기를 북한으로 보내겠다’고 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비둘기를 기르는 것은 평화를 상징하는 것 같았고 그 소박한 이상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소설에는 비둘기를 기르는 실향민 이야기가 나온다. 이외 키티라는 신비로운 메신저를 통해 이웃과 친해지는 이야기, 버려진 아이를 기르는 비혼모 이야기 등 5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처럼 이어진다. 클레지오는 “나는 빛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서울은 살기 어려운 도시이지만 주인공 빛나처럼 빛을 내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소설에서 빛나와 아픈 여인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느끼게 되고 둘은 서울, 나아가 삶에 대해 더 깊은 애착을 느끼게 된다. 그는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문화적으로 풍부한 전통 문화 역사를 가지고 있고 서울은 늘 변화하고 계속 생성되는 도시라 생동감이 있고 매력이 있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간담회 중간 중간 “책 속에 길이 있다” “대단하지 않다” 등의 우리말을 구사했다.

클레지오는 한국 여성 소설가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서울에 대해 처음 소설을 쓰려고 했을 때 처음 생각난 작품은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였다”며 “특히 한강은 현대 문명에서 여성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위대한 소설가”라고 평했다. 이 소설의 한글판과 영어판은 이번에 동시 출간됐고 불어판은 내년 3월 출간될 예정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