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캐나다 대표팀과 싸우면 0대 162로 질 것이다. 캐나다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출신 선수들을 전력에서 제외해도 점수는 1대 162가 될 것 같다.”
2011년 7월 한국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확정한 직후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의 NHL 전문 기자 그렉 위신스키가 스포츠 블로그 ‘퍽 대디(Puck Daddy)’를 통해 내놓은 예상이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의 아이스하키 수준을 얕잡아 보고 비꼰 것이다. 당시만 해도 이러한 조롱에 반박하는 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로부터 6년 5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한국(세계랭킹 21위)은 세계 최강 캐나다(1위)와 싸워도 접전을 펼치는 팀으로 환골탈태했다. NHL 출신 백지선(50) 감독을 2014년 8월 대표팀 사령탑에 앉혔고, 골리 맷 달튼(안양 한라)을 비롯한 총 7명의 귀화선수를 영입해 전력을 극대화했다. 또한 평창올림픽 준비 체제로 전환한 뒤 국제대회 참가, 해외 전지훈련 횟수를 늘려가며 꾸준히 실력과 경험을 쌓았다.
14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VTB 아이스 팰리스에서 펼쳐진 2017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 개막전.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캐나다와 맞붙었다. 캐나다는 동계올림픽 10회 우승, 3연패에 도전 중인 팀이다. 게다가 이번 대회 대표팀 엔트리 25명 중 23명을 NHL 경력자로 구성했다. 한국도 달튼을 포함해 마이클 스위프트, 마이크 테스트 위드(이상 하이원), 에릭 리건(한라), 브라이언 영(대명) 등 귀화 선수 5명을 불러들였지만 객관적인 전력 차는 컸다. 이에 한국-캐나다전은 초등학생과 성인이 맞붙는 수준의 일방적인 경기가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불꽃 튀는 접전이 벌어졌다. 결과는 한국의 2대 4 패배였지만 162점 차가 날 거라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한국은 캐나다를 상대로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지난 시즌 아시아리그 최우수선수(MVP) 김상욱(안양 한라)은 1피리어드에서만 2골을 터뜨리며 경기 초반 한국의 2-1 리드를 이끌었다. 수문장 달튼은 상대 유효슈팅 56개 중 53개(선방률 94.64%)를 막아내는 신들린 선방 쇼를 펼쳤다.
한국은 2피리어드에서 캐나다에 2골을 내줘 역전을 당했으나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마지막 3피리어드까지 1점 차 승부를 유지하며 캐나다를 당황케 했다. 백 감독은 3피리어드 막판 승부수를 띄웠다. 골리 달튼 대신 공격수를 추가 투입했다. 그러나 종료 32초 전 캐나다에 엠티넷 골(골리를 뺀 상황에서의 실점)을 내주면서 아쉽게 경기를 마쳤다.
캐나다전을 통해 세계 최강의 전력을 경험한 한국은 오는 15일 핀란드(4위), 16일 스웨덴(3위)과 차례로 2, 3차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는 백지선호가 아이스하키 강호들을 상대로 한 평창올림픽 최종 리허설 무대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0대 162’ 예상 깨고… 백지선號, 아이스하키 최강 캐나다 ‘혼쭐’
입력 2017-12-14 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