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럴까요] 육류섭취 필수인데… ‘채식주의’ 운동선수 갈수록 늘어

입력 2017-12-15 05:05
사진=신화뉴시스

스노보드 테터·NBA 어빙 등

전문가 “균형적 대사·세포
형성 위해 고기 단백질 먹어야”


‘미녀 스노보더’ 한나 테터(사진)는 7년 전 허핑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수년 전 육류 섭치를 그만둔 뒤 완전히 새로운 선수로 태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브 종목에서 활약하며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그는 이번 2018 평창동계올림픽까지 4연속 올림픽 참가를 꿈꾸고 있다. 도축 장면이 담긴 다큐멘터리를 본 이후 채식을 시작했다는 그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강해졌다고 느낀다”고 말한다.

애팔래치아 산맥 최단시간 종주 등으로 유명한 울트라마라톤(42.195㎞보다 긴 거리를 달리는 마라톤)의 전설 스콧 쥬렉도 채식주의자다. 20차례 이상의 울트라마라톤 우승 경력은 대부분 97년 그가 채식을 시작한 이후 달성됐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온라인 홈페이지에 수시로 자신의 채식 식단을 소개한다.

화려한 드리블 돌파를 자랑하는 미국프로농구(NBA)의 최고 스타 카이리 어빙(보스턴 셀틱스)은 최근 ESP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은 고기를 멀리하고 채식 위주의 식단을 짜고 있다”며 “몸 상태가 훨씬 좋아졌다고 느낀다”고 했다. 미 스포츠매체 SB네이션에 따르면 NBA의 채식주의자는 어빙 뿐만이 아니다. 데미안 릴라드(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자릴 오카포(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에네스 칸터(뉴욕 닉스) 등이 채식을 예찬한다.

최고 수준의 스포츠 선수들이 채식을 즐긴다는 사실은 기존 관념을 흔든다. 근육량, 대사량이 큰 운동선수들에게는 육류 섭취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그간 컸다. 최근 미국프로야구(MLB)에 진출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도 닭고기, 쇠고기를 포함한 6끼의 식단으로 화제가 됐다.

어빙의 말처럼 고기를 멀리하면 실제로 몸 상태가 좋아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영양학적 측면에서 채식을 권장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운동생리 전문가인 이윤희 파워스포츠과학연구소장은 “균형적 대사와 면역 세포 형성을 위해서는 고기 단백질이 필요하다”며 “훌륭한 성적을 내는 채식 스포츠 선수들은 근육량을 타고난 것이거나, 스트레스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