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많아 교제할 시간 없으면 무능한 교회”

입력 2017-12-15 00:01 수정 2017-12-15 17:51
라이프웨이리소스 대표 톰 S 레이너 목사
기독 청년들이 서울의 한 대학 교정에서 또래 학생들과 만나 교제하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 조사기관인 라이프웨이리소스 대표 톰 S 레이너 목사는 건강한 교회가 되려면 교회 밖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권면한다. 강민석 선임기자
각종 행사나 프로그램이 많아 분주한 교회는 건강한 교회일까. 미국 크리스천 조사기관인 라이프웨이리소스 대표 톰 S 레이너 목사는 최근 “구성원들이 너무 바빠 교제할 시간이 충분치 않은 교회는 무능한 교회”라고 단언했다. 레이너 목사는 미국의 온라인 기독매체 ‘처치리더스’에 ‘무리하게 일하는 교회’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많은 교회가 다양한 활동으로 너무 바쁘다”며 “이런 활동 대부분은 성도와 지역민에게 도움을 주려고 시작했지만 그로 인해 결속을 도모할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교회는 분주한데 무능하게 된 원인을 7가지로 분석했다.

먼저 이런 교회는 교회의 활동과 가치가 같다고 본다. 그래서 바쁜 교회는 가치 있는 교회라고 생각한다. 둘째, 행사나 프로그램이 목회의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됐다. 레이너 목사는 “최근 어느 목회자는 자기 교회 프로그램 참가자가 220명에서 23명으로 줄어들었는데도 이 프로그램을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하더라”고 소개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왜 계속하냐고 물었더니 이것이 교회의 역사이고 유산이라고 답했다”며 “교회를 프로그램으로 규정하고 있다면 목적과 수단이 바뀌지 않았는지 점검해보라”고 했다.

셋째, 이런 교회는 뚜렷한 목적이 없다. 특별하고 뚜렷한 목표가 없다면 기존 프로그램을 그만둘 이유도, 새 프로그램을 시작할 이유도 없다. 그냥 기존에 하던 것을 그대로 이어가며 바쁠 뿐이다.

목표가 없어 무능한 교회 특징은 넷째로 목회자가 “못해요”라고 말하지 못한다. 어떻게 목회할지 분명하지 못하거나 뚜렷한 목적이 없는 목회자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자는 의견에 반대하지 못한다. 또 용기가 없는 목회자도 새 프로그램을 도입하자는 데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다섯째, 목회자가 중단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런 목회자는 일단 한 프로그램이 시작하면 그걸 철회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가끔 불필요한 프로그램을 철회할 필요가 있다고 인지해도 이를 모른 척한다.

여섯째, 교회를 그저 건물로 인식한다. 교회를 물리적인 공간으로 생각하면 비어있는 공간 활용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교회 밖 지역민들에게 다가갈 여유가 없다.

일곱째, 이런 교회는 세속문화에 다가가지 않고 세속문화와 경쟁한다. 레이너 목사는 미국 남부의 한 교회를 예로 들었다. 그 교회는 교회 밖의 야구장에서 야구하며 지역민과 하나가 됐다. 기독교인, 비기독교인으로 구성된 야구팀도 만들었다. 하지만 교회에 체육관이 생기면서 교회 성도들은 교회 체육관에서만 야구를 하게 됐다. 레이너 목사는 “교회 안에 좋은 체육관을 갖는 게 모순적으로 지역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데는 좋지 않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