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모함해…” 볼멘 김기춘

입력 2017-12-14 18:32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4일 오전 블랙리스트 항소심 16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블랙리스트 항소심 재판

“지시 거부 안했던 수석들
이제 와 나를 탓해…” 불만


“위법한 일이니 하지 말라고 한 마디도 안 해놓고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수석비서관들을 탓하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상관인 자신의 지시에 “부당하다”고 거부하지 않았던 수석들이 이제 와 자신을 모함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한마음 한뜻으로 나름 국가에 충성한다고 열심히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 심리로 14일 열린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받은 김 전 실장은 “반(反)정부적인 사람을 어떻게 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은 좌파 배제 등의 업무에 성과가 없다며 김 전 실장에게 질책을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캐물었다. 김 전 실장은 “수석들을 꾸지람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수석들도 ‘위법하니 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한마디도 안 했으면서 지금 와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했다’고 말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경질한 이유도 블랙리스트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후 민심 수습 차원에서 개각을 단행하며 유 전 장관도 교체된 것”이라며 “블랙리스트 업무에 소극적이라 교체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좌파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반국가·반체제적이라는 의미였다”며 “대한민국 정체성이나 국가안보, 자유민주주의,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문화예술인·단체에 대한 지원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글=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사진=곽경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