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튼전 세트피스서 기록
오른발·왼발·머리 가리지 않고
이달 열린 4경기서 모두 골 맛
시즌 8호… 이달의 선수상 거론
후반 42분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상대 진영 오른쪽에서 프리킥을 날렸다. 손흥민이 몸을 낮추며 골문 앞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머리로 볼의 방향을 살짝 바꿨다. 볼이 골문 오른쪽 상단을 뚫었다. 손흥민은 활짝 웃으며 오른손으로 자기 머리를 툭툭 쳤다. ‘프리미어리그(EPL) 진출 후 처음으로 헤딩골을 넣었다’는 의미였다. 마치 온몸이 득점기계인 양 손흥민이 골을 몰아치며 4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토트넘의 공격수 손흥민은 1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시즌 EPL 17라운드 브라이튼 앤 호브 앨비언과의 홈경기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팀이 1-0으로 앞서 있던 상황에서 헤딩슛으로 쐐기골을 뽑아냈다. 4경기 연속골이자 시즌 8호골(리그 5호골)이었다.
손흥민은 이달에 열린 4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는 놀라운 골 감각을 과시했다. 그는 지난 3일 EPL 왓퍼드전과 7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아포엘전, 9일 EPL 스토크시티전에서 3경기 연속 득점을 기록한 바 있다. 4경기 연속골은 지난 시즌에 이어 EPL 진출 이후 두 번째다.
손흥민은 경기 후 토트넘 공식 트위터를 통해 “팀 승리와 함께 골까지 넣게 되어 정말 기쁘다”며 “브라이튼 수비는 정말 좋았다. 그러나 우리는 골을 넣기 위해 몰아붙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와 공영 방송 BBC는 손흥민을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했다. 이날 2대 0으로 이긴 토트넘은 9승 4무 4패(승점 31)를 기록하며 순위를 4위로 끌어올렸다.
손흥민이 헤딩골을 넣은 건 2015년 8월 EPL 진출 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EPL 진출 첫 시즌이었던 2015-2016 시즌 총 8골을 기록했는데 오른발로 6골, 왼발로 2골을 터뜨렸다. 지난 시즌엔 총 21골 중 오른발로 13골, 왼발로 8골을 만들었다. 이번 시즌엔 1∼3호 골은 왼발로, 4·5호 골은 오른발로 만들었다. 6호 골을 왼발, 7호 골을 오른발로 터뜨린 손흥민은 브라이턴전에서 마침내 짜릿한 헤딩골 맛을 봤다.
손흥민은 지난 6월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에서 팔목 골절 부상을 당해 프리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득점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현재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지난 시즌의 21골을 넘어설 전망이다. 12월 EPL 3경기에서 3골 1도움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오는 17일 맨체스터 시티전, 24일 번리전, 26일 사우샘프턴전에서 1∼2골만 넣어도 ‘이달의 선수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은 지난해 9월 4골 1도움, 지난 4월 5골 1도움을 기록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이달의 선수상을 받은 바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손흥민이 노란색 유니폼의 팀만 만나면 펄펄 난다는 것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22일 노란색-검은색 유니폼을 입고 나온 도르트문트와의 UCL 원정경기에서 골을 넣었다. 또 유니폼이 노란색이었던 왓퍼드(3일), 아포엘(7일), 브라이튼 앤 호브 앨비언(14일)과의 경기에서 모두 골 맛을 봤다.
물론 손흥민이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팀에 강한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순 없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색깔이 선수의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스포츠 심리학자인 톰 페라로는 “선수들의 기분은 옷 색깔과 관련이 있고, 그것은 결국 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한국 팬들은 손흥민이 내년 6월 18일 전통적으로 노란색 유니폼을 착용하는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골을 터뜨려 주길 기대하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손, 머리를 손 쓰듯… EPL 진출 후 첫 헤딩골 작렬
입력 2017-12-14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