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관련 단체들이 모여 주거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코워킹스페이스(협업공간)가 생긴다. 주거빈곤, 임대차, 강제퇴거, 홈리스, 젠트리피케이션 등 분야별로 따로 논의되던 문제를 한데 모아놓고 효과적인 대안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이곳에선 주거 약자를 위한 상담소가 운영되고 주거 관련 각종 정보도 제공될 예정이다.<하> 주거복지 허브 필요하다 - 서울 당산동 ‘주거복지 협업공간’
SH공사가 기획 내년 3월 문열어
주거빈곤·임대차 문제 등 머리 맞대
정책 아이디어 개발 정부 등에 건의
지하 1층 지상 1층에 1190㎡ 규모
사무, 협업 공간·도서관 등 갖춰
맞춤형 주거문제 상담소 운영도
주거복지 ‘실험실’
이 공간은 내년 3월 서울 당산동에 생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기획했다. 지하 1층, 지상 1층에 1190㎡ 규모로 사무 공간, 협업 공간, 교육·세미나 공간, 대형 카페, 도서관 등이 갖춰진다. 공간 명칭은 19∼29일 공모를 통해 결정된다.
그동안 따로 활동하던 주거 관련 사회적기업, 스타트업, 협회 등이 이곳에서 함께 근무하며 아이디어를 나누게 된다. 청년주거협동조합 민달팽이유니온이 지난 5∼7월 조사해보니 현재 주거 관련 단체는 70곳, 이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92건이나 됐다.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돼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어렵고 비슷한 프로젝트가 겹쳐 있는 경우도 많았다.
주거 문제는 주거빈곤, 강제퇴거, 홈리스 등 각각의 분야가 서로 영향을 미친다. 통합적인 접근법이 필요한데 각 분야 단체들이 동떨어져 활동하는 구조여서 문제로 지적돼 왔다. 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는 “주거 문제가 점차 복잡해지면서 관련 단체와 활동도 늘고 있지만 ‘각개전투’ 방식이라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단체들의 산재된 목소리를 한데 모으고 주거복지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주거복지 허브’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마련되는 협업공간은 이런 지적에 따라 대안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추진됐다. 협업공간 운영 경험이 있는 프로젝트 노아, 민달팽이유니온 등이 기획 단계부터 함께 참여했다. SH공사는 “여러 민간단체가 자유롭게 협업하며 주거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실험을 하게 될 것”이라며 “주거와 관련된 뜬금없는 실험과 즉흥적인 생각이 실현되는 ‘주거 실험실’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맞춤형 주거 상담소
주거 문제를 겪고 있지만 대책을 몰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상담소도 운영된다. SH공사는 이곳에 ‘테마별 주거문제 상담소(가칭)’를 만들어 청년·노인·신혼부부·장애인 등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상담, 주택 개량 상담, 주거 관련 금융 상담, 공공건축가를 활용한 건축 상담 등을 할 계획이다.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을 잘 몰라서 혜택을 못 받는 주거약자가 수두룩하다는 지적은 계속 제기돼 왔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에도 주거 관련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 주민센터의 주거복지 담당자 교육을 강화하고 주거복지센터에 주거복지사를 확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주거단체 관계자는 “얼마 전 택시기사에게 ‘나처럼 먹고살기 바쁜 서민에게 정부 정책 공부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는 얘기를 들었다”며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거 관련 도서관을 만들어 건축·주거 서적, 연구자료 등을 비치하고 주거복지 강연회, 토크콘서트, 토론회, 전시회 등을 열어 시민 참여를 높일 방침이다.
주거정책, 현장서 찾아야
이 공간에 입주하는 주거단체와 SH공사는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 의견을 토대로 정책 아이디어를 개발해 정부와 서울시에 건의할 계획이다. 입주 단체들이 현장 의견을 청취해 도출한 아이디어에다 SH공사가 보유한 주거 데이터를 접목해 수요자 중심 정책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한양대 도시대학원 문장원 겸임교수는 “기존 정책은 연구기관 용역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져 왔기에 정부가 현장 목소리를 직접 듣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수요자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주거 거점 공간이 생긴다면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H공사 측은 “시민이 ‘진짜’ 필요로 하는 주거 문제를 발굴하려면 민간과 공공기관이 함께하는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주거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이고 주거단체들이 협업해 대책을 마련할 안정적 공간을 마련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그래픽=이은지, 전진이 기자
[집과 삶, 그리고 주거권] 주거권을 許하라… 당산동에 ‘주거복지 실험실’ 생긴다
입력 2017-12-15 05:00